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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비상사태’ 2년만에 종료, ‘21세기 술탄’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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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비상사태’ 2년만에 종료, ‘21세기 술탄’이 탄생했다

입력
2018.07.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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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 2주년인 7월 15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기념 행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 2주년인 7월 15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기념 행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2년 전 7월 20일 터키군 일부의 쿠데타 시도 실패 직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선언한 ‘비상사태’가 2년만인 19일(현지시간) 공식 종료됐다. 비록 비상사태는 끝났지만 야권에서는 새로 입법 중인 ‘반테러’ 법률이 반정부 진영을 공격하는 데 동원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6월 24일 치러진 대선 전 “비상사태를 끝낼 것”이라 공약했고, 19일 오전 1시(한국시간 오전 7시)를 기해 비상사태는 자연스럽게 만료됐다. 그러나 이미 터키의 권려은 대부분 에르도안 대통령의 손아귀에 있는 상태다. 당초 3개월 기간이었던 것이 총 7차례 연장되는 동안 약 7만7,000명이 체포되는 등 등 반정부 진영의 인사들이 철저하게 탄압을 당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헌법 개정과 총ㆍ대선 승리로 권력을 공고히 하며 ‘21세기 술탄’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현대 터키 공화국 설립 역사상 가장 큰 ‘숙청’은 당초 터키 정부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지지하는 ‘귈렌주의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터키 당국은 쿠르드계 정당 인민민주당(HDP)의 지도자를 비롯한 정계 인사들도 반군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됐다며 체포했고, 좌파 계열 정당도 공격 대상이 됐다. 귈렌주의자로 지목된 공직자 11만명 이상이 해임됐고 이 가운데 법관이나 검사도 4,000명이었다.

학계나 언론 역시 탄압의 대상이었다. 귈렌주의자를 지지하는 보도를 냈다는 이유로 반정부 성향 일간지 줌후리예트의 편집국장을 비롯한 기자들이 중형을 받았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터키 내 언론인 162명이 수감 중이고 언론사 수십개가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터키 앙카라 소재 인권공동연단(IHOP)은 3월 기준으로 119개 공립대학에서 학자 5,705명이 해고됐고 985개 단체가 폐쇄됐거나 정부에 강제 인수됐다고 발표했다.

비상사태가 연장되던 2년간 에르도안 대통령은 밖으로는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며 민족 감정을 끌어올렸고 안으로는 권력 집중 작업을 펼쳐 왔다. 지난해 4월에는 대통령제 개헌 국민투표를 성사시켰고, 올해 6월 24일 조기 총ㆍ대선에서 승리함과 동시에 개헌안을 실제로 발효시켰다. 개헌과 함께 주요 부처와 공공기관은 대통령의 직접 통제 하에 놓이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차 대전 이래 터키 지도자로서 가장 큰 권력”을 손에 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상사태가 끝났지만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입법 논의 중인 ‘반테러’ 법안이 사실상 이름만 다를 뿐, 비상사태 때 정부에 부여한 권력을 그대로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당국은 최소 3년간 ‘테러집단’과 연결된 공직자를 아무 제한 없이 파면할 수 있고, 공공장소에서 해가 진 후에는 시위와 집회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 용의자는 48시간 동안, 혐의가 여러 개일 경우에는 최소 4일 동안 영장 없이 구금될 수 있으며 증거 수집이 어렵다면 두 차례 이상 연장될 수 있다. 외즈귀르 외젤 CHP 원내대표는 “비상사태를 끝낸다고 말만 할 뿐 사실상 연장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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