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계좌추적 등 주변 조사 안 해
"면죄부 주기 위한 소환" 해석 무성
與 대선캠프 관계자 영장도 기각돼
'윗선'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 낮아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지난 대선 무렵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문종(60) 새누리당 의원이 8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등장하는 정치인 8명 가운데 검찰에 출석한 인사는 이미 불구속 기소 방침이 확정된 홍준표(61) 경남지사와 이완구(65) 전 총리에 이어 그가 세 번째다.
그러나 홍 의원의 금품수수 혐의 입증보다는 최근 이뤄진 서면조사를 보충하려는 목적에 가까워 사실상 ‘면죄부’를 주기 위한 소환이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한동안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불법 대선자금 의혹도 이대로 묻힐 공산이 커졌다.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이날 오후 1시부터 홍 의원을 상대로 ▦성 전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지 ▦대선 당시 성 전 회장과 만난 횟수 ▦성 전 회장한테서 돈을 받았는지 등을 캐물었다.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 신문을 맡았고, 지난 4일쯤 홍 의원이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설명이 미진했던 부분에 대한 추가 확인을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출석 시간보다 조금 이른 낮 12시43분쯤 검찰청에 나온 홍 의원은 금품거래 의혹을 묻는 취재진에게 “그런 일 없었고, 대선자금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리스트에 오른 이유에 대해선 “왜 저를 지목했는지 가슴을 칠 일이고 이해가 안 된다”면서 “성 전 회장한테서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 공천 문제 등과 관련한 도움 요청을 받았지만 하나도 들어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면조사를 받은 6명 중 처음으로 소환된 데 대해선 “글쎄, 그 분들은 한 번 거론됐고 나는 (메모와 녹취록에서) 두 번 거론돼 그런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실제로 홍 의원은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제기된 ‘3인방’ 가운데 가장 수사단서가 많았던 편이었다. 성 전 회장은 메모에 ‘홍문종 2억’이라고 적었고, 육성 녹음파일에선 “대선 때 홍문종 (조직총괄)본부장에게 한 2억 정도 줘서. 조직을 관리하니까. 대통령 선거에 (돈을) 썼지”라고 말했다. 돈을 건넨 장소에 대해선 “같이 사무실 쓰고 그랬다”라면서 대선캠프 사무실이 금품전달 장소였음을 암시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홍 의원 소환은 ‘새로운 수사단서 확보’의 신호로 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끝내기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동안 홍 의원 측근들에 대한 조사나 계좌추적 등 금품 사건에 필수적인 ‘주변 조사’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홍 지사나 이 전 총리를 소환했던) 그 동안의 상황과는 좀 다르다”는 수사팀 관계자의 언급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대선캠프 관계자인 김모(54)씨를 상대로 청구했던 구속영장의 기각도 대선자금 수사의 동력을 떨어뜨렸다. 당초 검찰은 “대선 직전 2억원을 건넸다”는 경남기업 관계자의 진술에 기반해 김씨 관련 수사를 진행하다 ‘2012년 3월’로 금품수수 시기를 특정해 지난 6일 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를 우선 구속한 뒤 입을 열어 정확한 금품전달 시기와 금품의 성격을 규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전날 “증거자료의 내용과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 가족관계를 포함한 사회적 유대관계 등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보강조사 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 단계에서 김씨의 ‘윗선’을 향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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