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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4차 산업 물결 속 기업들은 체질 개선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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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4차 산업 물결 속 기업들은 체질 개선 구슬땀

입력
2018.06.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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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계 분위기를 날씨에 비유하자면 ‘흐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점화한 글로벌 무역 전쟁 와중에 세탁기는 미국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태양광 발전설비와 철강 등은 고율 관세의 덫에 걸렸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ㆍ중 간 무역충돌이 거세지면 중간에 낀 우리 기업들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인상된 법인세율이 올해부터 적용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혼란, 오는 7월 도입되는 주 최대 52시간 근무 등 첩첩산중이다. 설상가상 그동안 수출을 이끌어온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이 휘청거리는데, 중국은 반도체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전 산업 분야에서 우리의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리스크가 커져만 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체질 개선’을 통해 미래를 준비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조류에 확실히 올라타 경쟁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각오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전장(電裝)이 미래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는 AI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와 함께 세계 양대 과학단지인 영국 케임브리지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잇따라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도 AI 연구센터를 세웠다. 올해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개설한 실리콘밸리 AI 센터를 합치면 해외에 구축한 AI 연구거점은 4곳이다.

모두 유수의 대학과 협업을 통한 AI 연구가 가능한 지역이고, AI 센터장들도 거물급 AI 권위자들이다. 해외 AI센터들은 본연의 연구는 물론 글로벌 인재를 흡수하는 통로로도 활용된다. 오는 2020년까지 AI 연구인력을 현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1,000명 이상으로 늘려 확고한 AI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 시대 개막을 앞두고 전기장치부품(전장)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세계 1위 DS(부품)부문은 최근 자동차용 128기가바이트(GB) 용량의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글로벌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의 96%를 점유한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차량용 OLED 패널을 개발하는 등 전사적 역량이 전장사업에 집결되고 있다.

LG전자도 전장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빠르게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LG전자는 지주회사인 LG와 함께 1조4,440억원을 투입해 오스트리아의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 ZKW를 전격 인수하며 전장사업 역량을 한층 높였다.

LG전자는 최근 536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춘 산업용 로봇기업 로보스타 지분을 20% 확보하는 등 또 다른 성장동력인 로봇을 위한 인수합병(M&A)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사업 영역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되며 전 산업 분야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되는 추세다. 동시에 ‘굴뚝’이 상징하던 제조업 시대의 업종 구분은 의미를 상실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주력 업종에 4차 산업 기술을 가미하거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던지는 등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조성에 5조원, 5세대(G) 이동통신 등 미래형 네트워크에 6조원 등 총 11조원을 투자한다. AI 자율주행 IoT 로보틱스스마트홈 에너지관리솔루션 등 새로운 사업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 1월 글로벌 초정밀 지도 기업 히어와 기술협약도 체결했다.

KT는 AI 자율주행 스마트에너지 등 신사업을 개척하는 한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실감형 미디어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서대문구에 도심형 VR 테마파크 브라이트(Vright) 신촌점을 오픈한 KT는 2020년까지 브라이트를 200여 지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자동화보다 한 단계 위인 제조 지능화를 의미하는 ‘스마트 팩토리’도 주요 기업들의 새로운 경쟁 무대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생산공정에 AI를 도입한 ‘AI 제철소’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에너지, 포스코ICT 등 그룹 주력 계열사를 모두 참여시켜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빌딩 앤드 시티 ▦스마트 에너지 등 그룹 차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스마트 솔루션 사업을 발굴해 그룹 전체의 비즈니스 구조를 재편하는 목표도 세웠다.

한화그룹 계열사들도 스마트 팩토리로 변신 중이다. 한화토탈은 지난해부터 공정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플랜트’를 추진 중이고, 한화큐셀은 충북 진천군의 태양광 셀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고 있다.

한화는 주로 ICT 기업들이 경쟁 중인 ‘제2의 인터넷’ 블록체인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의 변화와 미래’를 주제로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유통ㆍ식품 부문 비중이 큰 롯데도 신동빈 회장 체제로 바뀌며 4차 산업혁명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AI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도화된 쇼핑 어드바이저 플랫폼을 전 유통영역에 구축하고 이커머스 사업도 통합할 계획이다. 계열사들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선보인 AI 서비스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한다. 온ㆍ오프라인과 모바일 등 모든 쇼핑 환경을 융합해 소비자가 마치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 같은 ‘옴니채널’ 구축도 롯데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 중 하나다.

두산그룹 역시 전통 제조업에 ICT를 적용해 사업을 빠르게 재편 중이다. 2015년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하고 2년 만에 4개 모델의 협동로봇을 자체 개발하는 등 로봇 분야에서도 역량을 높여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체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두산커넥트’를 출시했고,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는 IoT를 활용한 ‘디지털 팩토리’ 작업이 한창이다.

모빌리티로 새 시대를 연다

SK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운송 플랫폼인 모빌리티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SK는 지난 1월 말레이시아에서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합작해 ‘쏘카 말레이시아’ 출범식을 열고 현지 최대 규모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의 앤서니 탄 대표와 만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플랫폼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현대ㆍ기아차는 그룹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자율주행/커넥티드카) ▦로봇ㆍAI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의 5대 미래혁신 성장분야 투자액은 향후 5년간 23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는 드물게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순수 전기차(EV) ▦수소전기차(FCEV) 등 모든 형태의 친환경차를 양산하는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13종인 친환경차를 2025년까지 38종으로 대폭 확대한다. 목표는 세계 친환경차 시장 2위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3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09㎞인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업계의 최대 화두인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분야에도 연구개발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2020년 고도화된 자율주행, 2021년 스마트시티 내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 2030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기업 시스코와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에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글로벌 조직 운영체계 혁신 프로젝트도 가동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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