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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도 어렵고, 왕따도 당하고…괴로운 ‘반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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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도 어렵고, 왕따도 당하고…괴로운 ‘반수생’

입력
2017.12.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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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능 응시자의 약 10%는 반수생으로, 새로운 입시에 도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수능 응시자의 약 10%는 반수생으로, 새로운 입시에 도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의 한 4년제 대학 행정팀에서 일하는 정모(31)씨는 매년 신학기만 되면 괴롭다고 했다. “제발 휴학 좀 시켜달라”며 울면서 애원하는 신입생들 때문이다. 이들은 까다로운 휴학 조건으로 한 학기를 휴학하고 다시 대학 입시를 보려는 ‘반수생’들이다. 최근 반수생들이 증가하면서 신입생들의 첫 학기 휴학을 금지하는 대학들도 늘어나면서 생겨난 모습이다. 정모씨는 “마음이 아프지만 정해진 학칙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반수를 노리는 신입생들의 휴학은 쉽게 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달픈 반수생들이 늘고 있다. 먼저 입학한 대학에서의 휴학이 쉽지 않은 데다, 휴학이 실패했을 경우의 대학 생활 역시 순탄치 않아서다.

우선, 휴학 자체가 쉽지 않다. 학교 운영상을 이유로 신입생들에겐 휴학 자체를 불허하는 곳이 늘고 있다. 현재 서울대와 포항공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들은 군입대나 질병, 임신과 같은 특이사항이 아닐 경우 신입생의 첫 학기 휴학을 금지하고 있다. 홍익대와 세종대 등의 일부 대학에서 신입생들의 휴학은 1년 동안 불가능하다. 반수생들의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반수생들의 수는 증가 추세다. 서울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전체 대학수학능력평가 응시자 가운데 반수생 비중은 지난 2010년 10.1%에서 지난해엔 11.4%로 증가했다. 결국 휴학은 못했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휴학에 실패한 반수생들의 유형은 등교 여부에 다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입학한 대학에 다니면서 수능 공부를 하거나 등교를 포기하고 입시 준비에만 매달리는 경우다. 하지만 모두 곤혹스럽다는 게 반수생들의 얘기다. 우선 대학에 다니면서 입시 준비를 하는 경우, 동급생들의 눈치를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조별과제라도 걸리는 날이면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는 게 반수생들의 현실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황모(21)씨는 “같은 학교 안에서 반수라는 단어는 금기어나 다름없다”며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다“고 말했다.

입학한 대학 등교를 포기하고 입시에 매달리는 경우 역시 부담이 적지 않다. 사실상 한 학기 등록금을 날려야 하는 데다, 등교 포기에 따른 낮은 학점도 무거운 짐이다. 만약 반수 실패에 따라 이어진 취업시 낮은 학점에서 오는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대학들은 반수생들에게 휴학 조건을 완화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수시확대로 인해 (학생들이) 예전보다 더 반수를 많이 한다”며 “대학도 사정이 있고 모든 인프라와 프로그램이 재학 인원에 맞게 짜였는데 이탈인원이 발생하면 운영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는데다, 이는 사회 지출면에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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