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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더민주 잔류 선언 “강한 경제야당 위해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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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더민주 잔류 선언 “강한 경제야당 위해 헌신”

입력
2016.01.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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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당에 잔류키로 한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당에 잔류키로 한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당 잔류를 선언했다. 당의 분당 국면에서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추진 중인 국민의당과 더민주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온 박 의원은 '강한 경제야당'을 강조하며 당에 남는 선택을 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전권을 이양할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잔류선언문'을 올린 데 이어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잔류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새 경제를 위한 경제정당으로의 변신이 절실하며, 국민적 갈망이 담긴 경제민주화의 길, 그 실천가능성이 더민주당에 찾아왔다”며 “제가 그동안 해왔던 대로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위한 경제민주화와 정치혁신의 길에 미력하나마 매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새 경제,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에 (결정의) 방점이 있다”면서도 "오전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오늘 이 결정은 김종인 박사와 저의 30년의 인연이 만들어준 게 아니겠습니까'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공개해 김 위원장의 더민주 합류가 결정에 영향을 줬음을 인정했다. 선거대책위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김 위원장과 진지하게 대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운찬 전 총리의 더민주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만약 정치를 한다면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정운찬 전 총리와 최종적으로 (당에 남는 것에 대한) 상의를 했다"며 "정 전 총리의 마지막 과업이 '동반성장'이라면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느 한 곳에 모여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 전 총리는 이에 적극 동의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그간 비판해온 친노 패권주의에 대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당부분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에 대해 "언젠가 함께 가야 할 식구"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에게는 "변화를 향한 간절함이 꼭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서로 승리하는 길을 찾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지금도 역할론이 강하게 남아있다"며 "다음주에 러시아에 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대통령의 경제단체 입법청원 서명운동 동참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거리로 나가 서명하는 것을 제대로 된 나라에서 본적 없다. 서명운동은 관권선거이며 총선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일문일답>

“아침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제 마음은 ‘새 경제를 위한 강한 정통야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마음을 합칠 방법은 무엇인가를 놓고 오랫동안 많은 분들과 상의하고 대화를 나눴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제가 ‘새 경제를 위한 강한 정통야당 더민주를 지켜봐주십시오’ 이런 제목으로 제 생각의 여정을 올리게 된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쓰기 시작해 오늘 아침 7시에 마무리가 됐다. 글이 마무리되는 날 제 입장을 밝히겠다고 생각해왔다. 궁금점 질문 받겠다. ”

_당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선거대책위에선 어떤 직책을 맡는가.

“그에 대해서는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아직 진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최종적인 결심을 하고 김종인 위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김 박사와 제가 알게 된 게 30년 정도 됐다. ‘이 결정은 김 박사와 저의 30년 인연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문자를 보냈다.”

_답장은 어떻게 왔나.

“짧게 보내셨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참다운 수권정당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합시다’ 이렇게 주셨다.”

_(잔류 결정에) 김종인 위원장 설득이 주효한 것인가.

“물론 영향 준 건 맞는데 제가 생각한 방점은 새경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통해서 지금 박근혜 정권이 너무나 우리나라 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바로 세울 수 있느냐에 찍혀있다.”

_문재인 더민주 대표의 사퇴 의사 표명도 선택에 영향을 줬는지.

“김종인 박사에게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은 있다. 선대위에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말씀하길에 ‘광주ㆍ호남 민심이 돌아오지 않으면 제가 선대위에 들어간들 크게 힘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광주ㆍ호남의 마음을 더민주가 어루만질 수 있도록 하는 결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그런 말씀을 드린 적 있다.”.

_인재영입위원장을 한 명 더 선임해야 하는데, 제안이 오면 받을 것인지.

“제가 지난 8일 문 대표를 만났을 때 ‘인재영입을 위해서도 도와주십시오’ 이런 말을 하긴 했다. 그러나 어떤 제안이 있거나 하진 않았고 인재영입위원장 선임 아주 오래 전에, 2,3달 된 거 같은데, 문 대표와 점심식사를 한 적 있는데 그때 인재영입위원장 맡아달라고 한 적 있다”

_그때 본인의 입장은.

“생각을 안 해봤다고 완곡하게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린 적 있다.”

_정운찬 전 총리가 당에 오는데 역할할 생각있는지.

“정운찬 전 총장에게 최종적인 상의를 드렸다. 우리당으로 오는데 제가 영향력을 발휘할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총장의 마지막 과업이 동반성장이라면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느 한 곳에서 힘을 발휘해야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더니 정 전 총장이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_정 전 총리가 같이 움직이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진 않았나.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 같은 날 움직인다는 것이 아니라 뜻을 같이 한다는 이야기다.”

_정 전 총리와 뜻을 같이한다면 정 전 총리도 더민주에 합류하는가.

“정치를 만약 하신다면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_정 전 총리가 정치하는 쪽으로 많이 기울어있지 않는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끄덕)

_정 전 총리에게 김종인 위원장이 역할 제안을 했는지.

“그럴 수 있다.”

_어떤 역할인가.

“그건 본인에게 확인해야 한다. 저와 생각이 비슷할텐데, 정운찬 전 총장과 김종인 박사와의 인연도 30년이 됐고 저와 김종인 박사의 인연도 30년 됐다. 그래서 30년 동안 한 얘기를 한군데 모아야하지 않냐는 사적인 대화는 있었다.”

_김한길 의원과도 이야기를 나눴나.

“그렇다. 지금도 가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국민의당 관련해서 ‘이건 잘못된 거 아니냐’는 의견도 드린다. 왜냐하면 강물이 바다에서 만나듯 다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_이상돈 교수 영입하려다 좌절된 경험 있는데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저항 없었던 점 아쉽지 않나.

“2014년 여름 이상돈 교수 파문이 있었기 때문에 김종인 박사가 더민주에 오실 수 있는 하나의 밀알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_이상돈 교수와 잔류 결정을 상의했는지.

“최근 이상돈 교수와는 많이 대화를 하지 못했다.”

_지난주 토요일 언론인터뷰에서 ‘친노패권주의, 그들만의 리그를 바꿀 의지가 있는지 보겠다’고 했는데 의구심이 해소됐는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당부분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지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잘못된 일들을 단계적으로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_친노패권 청산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세상은 작용 반작용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나. 그런데 전 친노패권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그간 우리당이 작용 반작용 원리에 따라 친노들이 지향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면 지금은 반작용의 힘이 작용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 추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현안이라고 생각한다.”

_오늘 결정과 관련해서, 광주ㆍ호남의 기류가 바뀌었다고 판단한 것인지.

“그건 아니다. 광주호남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마다 방향을 제시했던, 정말 뛰는 심장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저는 광주호남 분들의 진심 어린 바람이 무엇이냐에 대해 많이 천착했다. 그런데 이분들이 화가 나서, 때로는 밉기도 해서 중도정당을 지지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분들의 뿌리와 자존심, 자부심은 강한 민주야당에 있다고 생각한다.”

_국민의당에 참여하지 않게 된 계기는.

“국민의당이 내건 중도도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야당으로서 강하게 이야기해주면서 국민들의 삶을 먹고사는 문제를 함께 논의 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는 야당을 원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그 일을 쭉 해왔었고, 그런 부분이 생각이 많이 머물렀던 부분이다.”

_잔류 이유가 강한 경제야당인데, 국민의당은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국민의당은 강한 야당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MB세력을 흡수할 것도 검토하는 것처럼 중도로서 행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_국민의당에 ‘진심캠프2탄’이라며 사당화 우려를 표했는데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국민의당 사당화 논란은 저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우려한다.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국민의당이 노력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_문병호 의원이 안철수 의원에게 보낸 ‘박영선 서울시장 공천 보장’ 문자메시지가 화제가 됐는데.

“(국민의당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_국민의당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국보위 참여경력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런걸 안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젠가 함께 가야할 식구들이다.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총선을 치러도 넘어야할 벽이 많다고 생각한다. 네거티브 전략 취하는 것은 초창기라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성숙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해서는 남는 것이 없고 국민이 바라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의 후퇴, 먹고살기 힘든 경제퇴보, 이런 것들에 대해 강한 야당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내주고 국민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답답함을 애기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_김종인 위원장이 ‘국민의당과 연대는 힘들지 않겠나’는 말을 한적 있다.

“그 문제는 그렇게 이해했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많이 잠식한다면 저는 3당체제로 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야당끼리 서로 싸우는 부분은 안했으면 좋겠고 야당끼리 힘을 합쳐서 지금의 잘못된 경제실정과 박근혜 정권의 무모함, 오만 같은 것들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_일부 ‘호남은 경쟁하되 수도권에선 야권 전체가 연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선대위 합류 여부도 김종인 박사와 진지한 대화를 아직 하지 못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

_김종인 위원장 취임 일성이 경제민주화, 정치혁신이다.

“정치혁신의 최대과제는 국민공천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문 대표가 국민공천제를 도입은 하셨지만 확실하게 도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좀더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제민주화와 정치혁신의 두 트랙이 함께 갈 때 선진국으로 갈 수 있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불평등 해소라면 정치혁신의 핵심은 국민공천이다.”

_국민공천 말씀하셨는데, 당 공천은 이미 혁신안 따라 룰 정해졌는데 후보경선 앞두고 반영 가능한가.

“당 혁신안을 지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혁신안 잘 안 들여다봐서 지금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 혁신안이 균형감을 잃었다면 국민공천제를 통한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안심번호도 도입됐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볼 여지 있다고 생각한다.

_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서비스법)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이 두 가지 법을 원안대로는 통과시킬 수는 없지만 새누리당과 얼마든지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원안대로 통과해 달라며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협상할 수 있는 부분은 ‘흙수저, 금수저론’이 나올 정도로 우리사회에 불평등이 만연해있는데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법이 만들어진다면 가능한 것 아니냐 생각한다. 그러나 원안은 재벌특혜법이고 기득권에 특혜주는 쪽으로 만들어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법 때문에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말씀하는데 보좌진이 정확한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증거가 제가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반대했던 외촉법이다. 당시에도 대통령이 국회에 와 ‘외촉법 통과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했는데 일자리도 늘지 않았고 외국인 투자도 들어오지 않았다.”

_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의 ‘삼성을 도와야한다’발언은 ‘삼성 저격수’로써 어떻게 보는지.

“저는 저격수가 아니라 삼성을 더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 담금질 하는 사람이다(웃음). 글로벌 스탠다드를 얘기하는 것이다. 세계 대표하는 기업이지 않나. 그에 비교해서 우리 기업들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그렇게 말했다고 들었다. 제목만 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는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_중국이 샤오미 지원하듯이 삼성도 지원해야 하는가.

“우리나라가 중국 경제 수준이었을 때 충분히 하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나라가 중국경제수준은 아니잖나. 같은 수준의 경제정책을 편다면 중국경제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선진국이 되려면 더 담금질 해야하고 고통도 참아야 한다. 힘든 것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한다.”

_손학규 전 대표 역할론에 대한 입장은.

“그 역할론이 강하게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주에 러시아에 간다고 들었다.”

_‘통합행동’활동이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좌절됐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 때 같이 움직인 분들과 다른 모색을 하는지.

“‘통합행동’은 지난 주말에도 만났다. 그래서 가능한 한 흩어지지 않고 같이 힘을 모아서 새경제를 위한 강한 정통야당을 만드는데 힘을 모으리라 생각한다. 김부겸 전 의원도 제게 전화해서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통합행동’이 함께한 당내활동은 그 나름대로 많은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_최근 청와대와 재계, 여당 중심으로 천만인 서명운동하며 야당에 쟁점법안 조속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 서명운동은 관건 선거로 생각한다.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거리로 나가 서명하는 것은 제대로 된 나라에서 본적 없다. 천만인 서명 운동은 명백한 관건 선거이니 중지해야 한다. 또 대통령이 야당이 서명운동할 때는 비판해놓고, (지금은) 국회 설득 노력도 충분히 하지 않고 서명운동 하는 것은 성급한 마음이 아닌가, 총선용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박영선 의원 입장표명 전문>

“새경제를 위한 강한 정통야당 더민주를 지켜봐 주십시요”

박영선입니다. 오랜 시간 생각하고 또 생각 했습니다.

금처럼 제련된 결정을 내려 보고자 먹을 가는 무념의 마음으로 저를 돌아봤습니다. 왜 떠나도록 했는지, 또 벌어진 일을 어떻게 다시 하나로 만들 수는 없는지 되뇌는 참 가슴 저린 시간이었습니다.

어찌 야당이 이지경이 됐는가에 대한 성찰부터 암울한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까지. 오늘의 결정은 나름 그러한 고심의 결과물입니다.

저는 지금 현재의 자리에 남아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을 쏟아온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위한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우리 당의 혁신에도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겠습니다.

답답함과 혼돈 속에서 영롱한 결정체를 보게 된 것은 신영복 선생님을 떠나보내며 다시 읽게 된 그분의 글이었습니다.

“붓을 가누어 그은 획이 비뚤어져 버린 때에 우선 부근의 다른 획의 위치나 모양을 바꾸어 그 실패를 구하고자 한다.”

선생의 ‘서도관계론’(書道關係論)은 인연과 관계의 소중함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지금 그어진 획이 잘못 되었을 때 부근의 다른 획의 위치나 모양을 바꾸어 실패를 구한다는 것은 결국 오랜 사람과 사람간의 뜨거운 연계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발길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2014년 여름.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쏘아야 했던 여름.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 때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쏘던 아픔은 저를 성숙시키고 발효시킨 스승이 되었습니다.

다만 그때 당이 변화를 수용했더라면 지금의 분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남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야당의 새로운 길은 중산층 복원, 불평등 해소, 독점 사회 타파를 통한 기회의 나라 대한민국,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있다고 절감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새 경제를 위한 경제정당으로의 변신이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선거용으로만 부르짖고 폐기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것이 청년일자리와 젊은이의 미래를 약속하는 길이라 여겼습니다. 극심한 불평등과 가난의 대물림을 해소하는 길이라 봤습니다.

이제 국민적 갈망이 담긴 경제민주화의 길. 그 실천가능성이 더불어민주당에 찾아왔습니다. 저는 제가 그동안 해왔던 대로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위한 경제민주화와 정치혁신의 길에 미력하나마 매진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당을 떠났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당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오셨습니다. 떠나신 분들과 새로 오신 분들 모두가 소중합니다. 모두가 민주주의라는 성곽을 이루는 주춧돌이요 벽돌입니다.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야 할 식구입니다. 이 마음을 잊지 말고 함께 힘을 모아 야권을 통합의 힘으로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새로운 길과 변화에 대한 광주, 전남 여러분의 열망 잘 알고 있습니다. 광주양동시장에서 저에게 해주시던 말씀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워도 다시 한 번, 이제 그 열망을 모두 녹여 혁신의 동력으로, 지혜의 힘으로 모아주실 것을 간곡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대한민국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고 가는 박근혜 정권에 맞서 거친 파도를 헤치고 희망의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가야할 임무가 있습니다. 더 정의로운 대한민국, 더 공정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변화를 위해 자갈밭 길을 선택하신 안철수 대표님. 변화를 향한 간절함이 꼭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서로 승리하는 길을 찾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알에서 깨어나려면 안팎에서 함께 부리를 모아 쪼아서 세상을 열어야 한다는 4자성어 줄탁동시(?啄同時). 그 마음으로 그렇게 안과 밖에서 힘을 모아 가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이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바꿔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는다는 각오로 강한 정통야당의 모습을 되찾아 국민과 더불어 대한민국에 희망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새경제를 위한 강한 정통 야당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켜봐 주십시오. 저희에게 때론 채찍을 때론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십사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국민여러분의 성원에 어긋남 없도록 몸이 부서져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 1. 21. 박영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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