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의심 40대 남성, 전 남편·의붓딸 흉기 살해
신고 5시간 만에 특공대 투입, 검거 불구 인명피해 못 막아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40대 남성이 의붓딸 등 4명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여 여고생인 둘째 딸(16)과 아내의 전 남편이 사망했다. 인질범은 아내와 통화 도중 격분해 인질로 잡고 있던 둘째 딸을 흉기로 찌른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인질협상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13일 상록구 본오동의 한 다세대주택 3층 박모(49)씨의 집에서 박씨와 고등학생 두 딸, 박씨의 지인 등 4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여오던 김모(46)씨를 신고 5시간여만인 오후 2시25분쯤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특공대 20여명은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박씨의 집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5분만에 김씨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화장실에서 박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박씨는 사후경직 정도 등으로 봐서 전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방안에는 둘째 딸이 흉기에 목을 찔려 신음하고 있어 병원으로 옮겼지만 치료 도중 숨졌다.
김씨의 부인 A(44)씨는 이날 오전 9시36분 112 상황실로 전화해 “재혼한 남편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씨는 별거 중인 부인이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외도를 의심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한 경찰은 두 딸 등을 흉기로 위협하는 김씨와 대치한 채 협상을 벌였고 A씨 역시 현장에서 전화통화를 통해 인질극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씨는 흥분 상태로 욕설과 고성을 계속 퍼부어댔다.
목이 찔린 둘째 딸은 경찰특공대가 투입될 당시 이미 위중한 상태였다. 오후 들어 김씨는 A씨에게 “전 남편과 딸을 흉기로 찔렀다”고 밝혔고, 대기하고 있던 경찰특공대는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출입문과 창문 등을 통해 집안으로 강제 진입했지만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딸을 찌른 이유에 대해 “아내와 통화 도중 흥분해 찔렀다”고 진술했다. 또 경찰은 5시간의 대치 내내 인질이 2명인 것으로 알고 있었고 김씨와 A씨, 박씨와의 관계마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공대 진입과 범인 검거는 단 5분만에 끝났지만 인질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는 미흡했던 셈이다.
김씨는 범행 전날인 12일 오후 3시쯤 박씨의 집에 찾아가 두 딸과 박씨의 지인을 보자기 등으로 포박해 인질로 잡았고 이날 오후 9시쯤 집에 들어온 박씨와 몸싸움 도중 그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 딸 등은 무사하지만 정신적 충격으로 아무런 진술을 못하는 상태다. 박씨의 아들(20)은 퇴근 후 집으로 오지 않고 회사 기숙사에 머물러 화를 피했다. 김씨와 A씨는 법적으로 부부 관계지만 지난해 8월부터 별거 중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도 충격이 심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생존자 2명도 아무런 말을 못하고 있어 정확한 사건 경위나 이들의 관계 등은 피해자들이 안정을 찾은 후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를 안산상록경찰서로 옮겨 정확한 사건경위와 범행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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