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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공백인데 훈수만 두는 건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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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공백인데 훈수만 두는 건 무책임”

입력
2017.03.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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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 논란 교수 3인 인터뷰

문재인 캠프 합류 김상조 김광두 김호기 교수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 전 대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인재영입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 전 대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그 동안 ‘삼성 저격수’로 재벌 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해 온 김상조(55)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이 지난 15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과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날 함께 영입됐다. 전형적인 폴리페서(Polifessorㆍ정치 교수) 행보란 지적에 대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상조의 변(辯)

“경제개혁연대는 제 인생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걸 버려야(사임) 할 정도로 절박함이 컸다.”

20년간 경제개혁연대를 통해 재벌개혁과 경제력 집중 문제를 부르짖어온 김 소장은 지금까지 특정 정치 세력에 합류한 적이 없었다. 그가 ‘출사’를 택한 것에 대해 그를 아는 이들이 놀라는 이유다. 김 소장은 1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정상 선거였다면 정치세력에 합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갑작스런 탄핵으로 인수위도 없이 취임하는 새 대통령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광장의 높은 기대를 안고 출범할 때 생길 문제점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도착점이 왜 굳이 ‘문재인’이었는지에 대해선 “지난 연말부터 문 후보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곧은 자세와 개혁을 향한 의지, 사람의 말을 경청해 주는 모습 등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문 전 대표 진영에서 할 역할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과 관련한 정책과 개념을 정리하는 일이다. 김 소장은 “지금까지의 경제민주화는 한국 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하던 1987년 헌법 체제의 경제민주화였다”며 “이제 저성장이 일상화한 상황의 경제민주화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특히 지난 30년간 경제민주화ㆍ재벌개혁 문제를 독점해 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다양한 경제상황에서는 공정위만으로 재벌개혁 문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상법 개정이나 금융위원회의 역할 등 다양한 방법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공정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얘기에는 “내가 할 일은 경제 당면과제와 정책에서 후보에게 도움을 주는 것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삼성에 대해선 “그 동안 삼성은 눈부신 성공 때문에 시장과 사회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삼성도 이젠 사회 안에서 룰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이재용 부회장 역시 지분율 높은 최고경영자가 아니라 그룹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조정자 역할에 만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광두의 변

“보수와 진보의 통합이 중요한 시기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데 지식인으로서 훈수만 두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지 않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던 김광두(70) 원장은 문 후보 캠프에 참여하게 된 배경으로 ‘통합’을 첫손에 꼽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를 세우는) 정책을 담당했던 그가 파격적 행보를 한 데는 지난 5년간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문제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각자 진영논리에만 매몰되면 사회ㆍ경제적 양극화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며 “지식인끼리라도 우선 대화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면 정치권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공통 분모를 찾아보자는 문 후보의 뜻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특히 헌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이르게 된 책임이 있는 기득권 중심의 질서에 ‘메스’를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기득권이 지속되면 양극화 갈등은 지속될 수 밖에 없고 사회 통합도 멀어진다”며 “기존 질서를 바꾸려면 어느 정도 정치적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힘을 가진 곳이 민주당, 그 중에서도 문 후보”라고 주장했다.

◆김호기의 변

“한국사회를 강타한 저성장과 불평등, 불안과 분노를 해결하려면 정치가 먼저 바로 서고, 제대로 된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김호기 교수는 19일 문 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린 이유로 ‘시대정신과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을 내세웠다. 중도 진보 성향의 김 교수는 캠프에 신설될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에서 부위원장으로 정책의제 개발 등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안철수 현상에서 볼 수 있듯 2012년 대선의 시대 정신이 혁신이었다면 지금 국민이 소망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바로 정의로운 나라”라며 “문 후보는 국정철학ㆍ경험ㆍ정책역량 등에서 이러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안철수 캠프의 정치혁신포럼 대표를 맡았고, 안 후보가 사퇴하자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권력을 좇는 폴리페서라는 비판에 대해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게 학문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이제껏 해온 공부가 우리 사회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정책으로 구현됐으면 하는 생각에 합류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의로운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사회ㆍ경제ㆍ외교안보 정책이 필요할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노동ㆍ복지가 중심축을 이룰 사회정책이 시장의 역할을 중시하는 경제정책과 충돌하지 않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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