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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정글 됐다” 절망하는 美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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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정글 됐다” 절망하는 美 노동자들

입력
2018.01.19 15: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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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 21%로 큰폭 인하에도

기업들, 일회성 보너스만 찔끔

노사간 반목에 법적분쟁 늘어

직장 내 자살도 갈수록 많아져

미국에서 ‘정글로 변해가는 직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정글로 변해가는 직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부터 미국 기업의 최고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한 세제개편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노동자들에게 이에 따른 과실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소송이 증가하고 직장 내 자살률도 높아지는 등 노사갈등과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정글로 변해 가는 직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미국 기업들은 법인세 인하로 큰 이익을 얻었지만,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일회성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와 웰스파고 은행 등은 세제개편 이후 시급인상 계획을 밝혔지만,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AT&T 등 굴지의 기업들 상당수가 보너스만 지급했다. 실제로 인력 컨설팅업체인 윌리스 타워스 왓슨의 조사 결과, 88개 기업이 150~3,000달러의 일회성 보너스를 지급했지만, 기본급을 올리거나 연금을 인상한 곳은 45곳으로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인력 컨설팅업체인 에이온 여론조사에서는 경영자 17%가 세제개편 이후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반면, ‘임금인상을 계획 중’이라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회사의 고정비용을 증가시키는 임금인상 대신, 직원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으면서도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을 피할 수 있어 사측이 보너스 지급을 선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을 회피하기에 골몰하면서, 노사 간 법적 분쟁도 늘었다. 글로벌 로펌인 세이파스 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10대 집단소송에 기업이 지불한 합의금은 27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세계적 물류업체인 페덱스는 지난해 근로자 지위와 관련된 소송 합의금으로 2억2,7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 소송은 배달 운전사가 원청에 소속된 정규직인지 도급관계를 맺은 프리랜서인지를 다투는 소송으로, 프리랜서인 경우 사측은 초과근무에 따른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하도급 남용은 기업에는 고정비용을 줄이는 수단이지만, 기업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심은 낮아진다. 악화된 기업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 테슬라 공장 노동자 3명은 직장 내에서 인종차별과 학대를 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최근 10여년 간 직장 내 자살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16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 지난해 뉴멕시코주 뱅크 오브 아메리카 콜센터,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의 포드 자동차 공장 등에선 직원들의 자살 사건이 잇따랐다. 2000년대 중반 200건 이하였던 직장 내 자살 건수는 꾸준히 늘어나 2016년에는 291건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직장 내 자살은 동료들에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줄 뿐 아니라 기업 전반에 분노와 죄의식을 유발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산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팍팍해진 직장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사측도 상담전문가를 초빙해 교육하거나 지원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권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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