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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 최저임금 올라 한국 떠난다?…“수익성 높이려 이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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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 최저임금 올라 한국 떠난다?…“수익성 높이려 이전하는 것”

입력
2017.07.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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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트남 이전한다는’ 경방

낮은 인건비 찾아 수년전부터 옮겨

영업익 꾸준히 늘어 작년 425억

임금 인상분 21억 큰 부담 안 돼

#2 ‘공장 폐쇄한다’는 전방

섬유 사양화에 사업 다각화 실패

매년 100억원 영업손실 기록 중

“인건비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무리”

#3 최저임금, 경영난 업체엔 더 타격

정부도 피해 대책 더 넓힐 필요성

베트남 호찌민 인근 경방 공장에서 베트남 직원이 원사를 뽑아내고 있다. 경방 제공
베트남 호찌민 인근 경방 공장에서 베트남 직원이 원사를 뽑아내고 있다. 경방 제공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한국 공장 베트남으로 옮긴다.”(김준 경방 회장)

“IMF 외환위기도 버텼는데 최저 임금 인상은 못 버티겠다. 공장 문 닫을 수밖에 없다.”(조규옥 전방 회장)

한국 산업화를 이끈 1세대 섬유업체인 경방과 전방이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올라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인건비가 생산비에서 중요 비중을 차지하는 섬유업의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이 이들 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나, 공장 이전ㆍ폐쇄 이유를 임금 인상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거나 경영진의 무능 또는 무책임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광주 공장의 생산시설 절반을 베트남으로 옮기겠다는 경방은 이미 2013년 3월부터 베트남 공장을 가동해 운영하고 있다. 경방은 베트남 공장이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에 들어가자 지난해 4월부터는 2공장을 증축하는 등 해마다 베트남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베트남 공장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경방의 주력인 광주공장의 생산실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베트남공장이 가동되기 직전인 광주공장의 연간 생산실적은 2012년 729억원에서 지난해 475억원으로 34.8% 줄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없이 경방은 수년 전부터 주력 공장의 생산설비를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것이다.

최저임금만원공동행동 대학생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대학생 최저임금 1만원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최저임금만원공동행동 대학생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대학생 최저임금 1만원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경방 측도 일부 언론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방이 한국을 완전히 떠나는 것으로 보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경방 관계자는 “베트남에 있는 공장에 가동 설비만 옮기는 것으로, 시설 이전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라며 “광주시설도 절반이 남고, 용인에도 공장이 있으니만큼 한국을 완전히 떠난다는 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경방이 최저임금 인상을 버텨낼 여력이 없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경방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섬유산업에 종사하는 직원(기간제 포함)은 모두 412명이다. 이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는 134억원으로 여기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16.4%)을 적용하면 연간 21억원의 인건비가 더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21억원이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유통ㆍ임대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 경방에는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경방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연 평균 30억원씩 늘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0% 늘어난 425억원을 기록했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섬유업체들이 인건비가 싼 나라를 찾아 해외로 공장을 옮긴 건 1980년대부터 시작된 일”이라며 “꾸준히 영업흑자를 내는 경방 같은 경우 못 버텨서가 아니라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해외로 나간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공장 폐쇄를 예고한 전방도 경영 상황 악화를 최저 임금 탓만으로 돌린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전방은 수년 전부터 주력사업인 방직업에 이어 ▦언더웨어 제조 ▦중고차 매매업 ▦여행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그러나 경방과 달리 전방은 여러 신사업 분야 중 단 한 곳에서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중 여행업은 잠정 휴업상태다.

섬유 업계 관계자는 “전방도 일찌감치 섬유 산업의 사양화를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했으나 영업력 부족 등으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방직업이야 그렇다 해도 전방의 신사업 분야 부진을 인건비 상승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전방의 방직업 사업 부진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도 이와 비슷하다. 전방은 최저 임금이 올해처럼 크게 오르기 이전에도 방직업에서 좀처럼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전방의 경영 상황 악화가 인건비 상승 때문 만에 벌어진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전방은 최근 3개년 간 섬유사업 분야에서 매년 100억원 안팎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전방처럼 경영난에 처한 섬유업체로서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보완 대책 시행 범위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중소기업 이상으로 보완 대책 시행 범위를 넓힐 경우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가, 경영난과 최저임금 인상 사이의 연관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시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 피해를 보전해준다고 해도 예산상 한계 때문에 영세업체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올해 기업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면밀히 관찰하고 내년부터는 인상 속도와 폭을 기업들과 대화해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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