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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음악가의 적일까 동지일까

입력
2018.01.27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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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 유니버설뮤직 제공
테일러 스위프트. 유니버설뮤직 제공

2014년 미국 정상급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세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1위 업체 스포티파이에 전쟁을 선포했다. 자신의 어떤 음악도 스포티파이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당시 “음악을 만든 창작자, 가수, 작사ㆍ작곡가, 프로듀서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실험’에 내 삶을 바친 작품을 제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빌보드와 그래미를 휩쓸며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가수의 전쟁 선포에 세계 음악계가 주목했다. 앞서 1년 전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도 스포티파이에 음원 제공을 일절 중단했다. 요크는 스포티파이를 가리켜 “죽어가는 시체가 발악하듯 뀌는 마지막 방귀”라는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라디오헤드는 2016년 ‘어 문 셰이프트 풀(A Moon Shaped Pool)’을 발표하며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조건으로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제공하기로 했고, 이듬해 스위프트도 스포티파이에 음원 제공을 재개했다.

스위프트와 요크의 주장에 많은 음악가가 지지의 뜻을 보냈고 음원 제공 중단에 동참한 이들도 있었다. 킹 크림슨, 가스 브룩스, 툴 등 일부 가수ㆍ밴드는 여전히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음원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음악가가 스포티파이를 적대시하는 건 아니다. 뉴질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로드는 스포티파이 덕에 무명 가수에서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대표적 예다. 2013년 션 파커(냅스터 창업자로 스포티파이의 주주이자 이사회 멤버)의 플레이리스트(재생목록)에 소개된 뒤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간 곡 ‘로열스’는 결국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까지 올랐고 미국 대중음악 최고 권위의 그래미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 부문까지 수상했다. 래퍼 ‘챈스 더 래퍼’는 레코드사와 계약하지 않고 CD 발매도 하지 않은 채 스트리밍 사이트에 직접 공개하는 방식으로만 음원을 공개해 2016년 빌보드 앨범 차트 톱10에 올랐고 지난해 그래미상도 거머쥐었다. 음반 발매 없이 스트리밍 방식으로만 공개한 음원으로 거둔 최초의 기록이었다.

스포티파이의 빅데이터를 토대로 ‘스마트 비즈니스’를 하는 음악가들도 늘고 있다. 미국 인디 음악가 타이코는 지난해 스포티파이에서 음원 재생 빈도수가 높은 지역 위주로 유럽 공연 투어를 진행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데이터 분석에 따라 애초 계획보다 더 많은 도시에서 공연했는데 데뷔 이래 전 공연 매진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지금이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황금시대인 셈”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출신 톱스타 에드 시런도 “스포티파이는 내게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고 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창작자를 착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만5,000원짜리 CD 1장을 팔면 적어도 몇백원에서 많게는 몇천원까지 벌 수 있었던 가수ㆍ밴드가 스포티파이에선 1회 재생돼도 겨우 4원 정도밖에 못 받는다. 창작자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서비스 사업자도 수입의 70% 이상을 저작권자에게 지불해야 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스포티파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에크는 ‘규모의 경제’에서 답을 찾는다. “미국 음원 산업이 140억~150억달러 규모인데 라디오 산업은 미국에서 160억달러, 세계적으로 800억달러에 달합니다. 음원 산업이 라디오 시장을 온라인으로 흡수한다면 1,000억~1,6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창작자들도 지금보다 음원 스트리밍으로 얻게 되는 수입이 몇 배는 많아지겠죠.”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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