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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조끼ㆍ인간 방패…야만적 전쟁에 희생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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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조끼ㆍ인간 방패…야만적 전쟁에 희생된 아이들

입력
2017.12.28 17:4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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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코하람, 135명을 자폭공격 동원

아프간선 700여명 저격 총탄 맞아

소말리아ㆍ남수단 등 수만 명 징집

로힝야족 등 수십만 명 난민촌에

26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반군 통제 지역인 두마에서 국제적십자사 요원이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두마=EPA 연합뉴스
26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반군 통제 지역인 두마에서 국제적십자사 요원이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두마=EPA 연합뉴스

2017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이념ㆍ종교 갈등 등 여러 이유로 수많은 사람이 살인과 납치, 약탈의 희생자가 됐다. 특히 소년병으로 전장에 끌려가고 자살폭탄 테러의 대리인이 되는가 하면, 어른들을 대신해 맨몸으로 총탄에 맞서는 등 어린이들의 참상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오죽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성탄 메시지를 통해 “전쟁 지역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과 난민ㆍ실업자 가정 어린이들의 얼굴에서 아기 예수를 본다”며 이들의 비참한 현실을 개탄하고 관심을 호소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이 27일(현지시간) 내놓은 연말 성명은 ‘전쟁의 노예’로 전락한 어린이들의 처지를 그대로 대변한다. 성명은 “갈등 당사자들은 노골적으로 국제인권법을 무시하고 아이들은 상시적으로 공격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 뒤 “2017년은 분쟁 지역 어린이들에게 ‘잔인한 해’였다”고 규정했다.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행과 납치 등 반인륜 범죄가 스스럼없이 자행된 탓에 아예 전쟁 전술로 자리 잡았다는 게 유니세프의 진단이다.

대표적인 학대 유형이 강제 징집이다. 30년 가까이 내전 중인 아프리카 최빈국 소말리아에서는 10월까지 어린이 1,740명이 전투에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2월 6년 만에 유엔이 공식 기근을 선포한 남수단에서도 최근 3년 동안 아동 1만8,000명이 정부군과 무장단체에 끌려갔으며 이 중 2,30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700여명은 최전선에서 인간방패가 됐다가 저격수의 총탄 세례를 받고 목숨을 잃었다.

무장테러 조직에 의해 종교적 신념을 세뇌당한 아이들은 폭탄까지 짊어졌다. 나이지리아에 똬리를 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보코하람이 올해 자살폭탄 공격에 동원한 어린이는 밝혀진 수만 135명이나 된다. 작년과 비교해 5배 증가한 수치이다.

전쟁은 정든 터전을 떠난 아동들에게서 배움의 권리와 건강하게 자랄 여건을 앗아가기도 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분쟁 지역 카샤이주에서는 어린이 85만명이 난민캠프 등을 전전하는 중이다. 보건시설과 학교가 각각 200곳, 400곳 파괴됐고 35만명은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3년 넘게 계속된 내전으로 이미 5,000명이 넘는 어린이 사상자를 낸 예멘에서는 무려 180만명이 콜레라 같은 질병 및 기아의 공포와 싸우고 있다. 또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피해 인근 방글라데시 국경을 떠도는 로힝야족 난민 65만명 중 절반 이상이 18세 미만이다. 유니세프는 전 세계적으로 학교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2,70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마뉘엘 퐁텐 유니세프 긴급구호국장은 “어린이들은 이제 집과 학교, 운동장 등 어디서나 표적이 되고 극심한 폭력에 노출돼 있다”며 “이런 야만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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