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케네디 도서관 방문 첫 일정 뒤 케리 국무 사저서 2시간여 만찬
"한국 등 과거사 사죄 요구 거세지만 美와 안보ㆍ경제 협력 강화에 초점"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딸이자 일본주재 미국대사인 캐롤라인 케네디와 그의 가족들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북동부 보스턴 로건공항 활주로에 도열했다. 7박8일 방미 일정 중 첫 방문지에 도착할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방미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승전국과 패전국의 관계에서 보통의 ‘정상국가’로 전환하려는 아베 총리의 첫걸음으로는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AP 등 외신들은 한국 등 주변국에서 과거사에 대한 사죄 요구가 거세지만, 아베 총리는 이번 방미를 통해 미일 간 안보와 경제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방미 첫 일정으로 존 F. 케네디 도서관을 방문했다. 아베 총리는 케네디 대사의 설명을 들으며 도서관을 둘러봤다. 총리는 도서관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케네디 대통령이 빛나는 리더십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달성했는가 느끼고 새삼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케네디 대통령에 대한 문서와 음성기록 등을 소장하는 이 도서관은 미 국립공문서기록관리국이 운영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과 함께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사저로 이동해 2시간 반 정도 만찬을 가졌다. 이를 두고 교도통신은 일본 총리가 국무장관의 사저에서 식사 대접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며 ‘일본 중시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케리 장관은 지난해 10월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부총리급)을 사저로 초대해 만찬을 함께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27일 보스턴 마라톤 테러 현장을 찾아 헌화한 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할 예정이다. 이어 28일 워싱턴시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미ㆍ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파트너십 강화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29일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할 예정이지만 미 일부 의원들의 사죄 요구에도 불구하고 과거사에 대해 사죄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반발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는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은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미ㆍ일 관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영어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방미 기간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전날 열리는 미ㆍ일 외교ㆍ국방장관 연석회의에서 합의될 새 미ㆍ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입각해 동맹 강화와 함께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 일본 자위대의 해외 활동을 제약해온 고삐들이 대부분 제거돼 일본 자위대가 정상적인 군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된다.
한편 방미기간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장(TPP) 타결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그러나 미ㆍ일 정상이 정상회담 후 협상의 뚜렷한 진전을 발표할 가능성은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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