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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의 정신을 되살리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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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의 정신을 되살리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교회’ 완공

입력
2017.04.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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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500주년 기념교회' 안의 십자가. 여러 개의 곡선을 덧대는 방식으로 십자가를 형상화했는데 묘하게도 그 안에 '익투스'라 불리는 물고기 문양이 보인다. 익투스는 로마제국 시절 기독교도들의 비밀부호로 오랫동안 기독교의 상징으로 쓰였다. 하이패밀리 제공
'종교개혁500주년 기념교회' 안의 십자가. 여러 개의 곡선을 덧대는 방식으로 십자가를 형상화했는데 묘하게도 그 안에 '익투스'라 불리는 물고기 문양이 보인다. 익투스는 로마제국 시절 기독교도들의 비밀부호로 오랫동안 기독교의 상징으로 쓰였다. 하이패밀리 제공

“‘직선은 인간의 것이요, 곡선은 신의 것’이란 건축가 가우디의 말도 있지 않습니까. 십자가를 곡선으로 표현했는데, 만들고 보니 묘하게도 십자가 안 곡선들이 어우러지면서 그 모양이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 12마리가 됐습니다. 물고기 문양(익투스)이야말로 로마제국 이래 기독교의 상징 아니겠습니까.”

10일 송길원(60) 목사는 들떠 있었다. 16일 부활절 때 경기 양평 청란교회 옆에다 지은 ‘종교개혁500주년 기념교회’의 문을 마침내 열기 때문이다. 교회, 선교관, 미술관 등을 합쳐 모두 3,300㎡에 이르는 규모다.

송 목사는 특정한 한 교회의 담임목사를 맡는 대신 ‘가정사역’을 내세워 시민단체(NGO) ‘하이패밀리’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교회가 없으니 신도도, 헌금도 없다. 스스로는 ‘대한민국 전 가정을 상대하니 나는 국민목사’라 농담하지만 출판, 강연 등으로 얻은 수입으로 독립군처럼 살았다. 그랬더니 고신대 신학대학원 동기생들이 ‘500주년 기념교회’를 짓기로 하면서 그 교회를 양평에다 마련키로 결의했다. “동기생들은 다들 담임목사를 지냈고 이제 은퇴한 사람도 있는데, 나만 다 늙어서 이제야 담임목사를 하게 됐다”며 송 목사는 웃었다. 현재 신도는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이웃주민 20여명 정도. 가야 할 길은 멀다.

교회 컨셉트는 ‘교회다운 교회’다. 너무 요란하고 화려한, 교회답지 않은 교회 대신 진짜 교회다운 교회다. 그래서 십자가 크기를 키웠다. 높이만 4.5m다. 교회 안에서든, 밖에서든 척 보면 눈에 띄도록 했다. “요즘 교회들은 밖에서 보면 교회 같지 않은 교회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도 목사님 말씀, 찬송가 가사 보여준다고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느라 십자가를 가리기 일쑤입니다. 그래선 안 된다는 거지요.”

경기 양평군에 들어선 '종교개혁500주년 기념교회' 외관. 벽면에 새겨진 부조는 예수와 8명의 천사가 강강수월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이패밀리 제공
경기 양평군에 들어선 '종교개혁500주년 기념교회' 외관. 벽면에 새겨진 부조는 예수와 8명의 천사가 강강수월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이패밀리 제공

그래서 파이프오르간도 들였다. “흥겹고 신나게 한다고 교회마다 드럼 소리는 또 얼마나 요란한지요. 이 모든 걸 빼고 싶었습니다.” 교회 인테리어를 최대한 검소하게 해서 아낀 돈을 쏟아 부었다. 국내 유일 파이프오르간 마이스터 홍성훈씨가 국내 기술과 자재를 이용해 366개의 나무ㆍ금속관을 조립했다. 높이 4.5m에다 너비 3m 크기에 무게만 2t이다. 음색과 소리를 잡아가는 건 프랑스 전문가가 내한해 조율할 예정이다. 파이프오르간을 통해 회중찬송을 사제들에게서 일반 교인들에게도 확대한 루터의 정신을 되살리고 싶다고도 했다.

“루터의 ‘종교개혁’하면 다들 95개조 반박문을 떠올리지만, 정말 교황을 경악하게 했던 건 수녀와의 결혼이었습니다. 결혼으로써 독신주의 대신 가정의 회복을 내걸었지요. 500주년을 맞아 교회다운 교회에서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보시길 바랍니다.” 송 목사의 바람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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