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광원
기자

등록 : 2017.03.14 10:00

‘숲유치원’ 여수 베타니아 특수어린이집 탐방

등록 : 2017.03.14 10:00

숲으로 가는 아이들. 베타니아 복지재단 제공

“숲에서 매일 기적을 봅니다.” 전라남도 여수에 자리 잡은 베타니아 특수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을 거의 매일 숲으로 보낸다. 어린이집에서 5분 거리에 ‘숲 교실’이 있다.

숲 속 교실에서 마음껏 뛰어 놀면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여느 숲유치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장애 아동들이 함께한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숲으로 가는 아이들도 있다. 몸이 덜 불편한 아이들은 매일 3시간씩 숲 교실로 향하고, 일주일에 3번, 1번 가는 반도 있다. 김종호(68) 베타니아복지재단 이사장은 “자폐 성향이나 ADHD 아이들을 숲에 보내면 보통 아이들과 별 차이 없이 활동한다”면서 “숲은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들은 주변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교사에게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의 관심이 교육의 출발이라고 생각하면 교육이 불가능한 셈이죠. ADHD 성향이 있는 아동들도 마찬가집니다. 자리에 앉아있질 못합니다. 어떻게 교육이 되겠습니까.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으니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아동(다운증후군 등)들에게는 특히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입니다. 숲이 가장 훌륭한 교사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숲에서 식물을 관찰하는 아이들. 베타니아 복지재단 제공

- 통합어린이집 아동들 인성 수준 남다른 이유

‘숲 교실’이라고 부르는 활동 공간은 두 개다. 큰 교실은 1,300㎡(400평)에 가깝고 작은 교실도 990㎡(300평) 내외다. 자폐 성향 아동들은 주위의 관심을 둘 만한 것이 많아 자연스럽게 주변과 어울리고, ADHD 성향 아동 역시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 놀게 하면 충분히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차분해진다. 보통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섞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발달장애 아동들과 일반 아동들이 숲에서 자연스럽게 섞여서 놀지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우선 일반 아동의 학부모 같은 경우 혹시 장애아들과 함께 있다가 나쁜 습관이 들지나 않을까 우려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우다.

“일반 어린이집에서 자란 아이와 통합어린이집에서 자란 아이는 인성의 수준이 다릅니다. 이미 많은 연구와 논문들이 발표되었습니다. 배려하고 생각하는 아이로 성장시키는 가장 훌륭한 교육 방식이 바로 통합 교육입니다.”

연말이 되면 정원 40명에 일반 아동 300여명이 대기를 한다. 베타니아에 들어오기 위해 ‘약속해야 할 24가지 사항’이 명시되어 있지만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발달장애아의 학부모도 무조건 만족하는 건 아니다. 몸이 불편한 아동들 위주로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그럼에도 고비가 찾아온다. 3달째 되는 즈음이다. 숲에 가서 무릎이 까져서 돌아오는 날이 이어지다 보면 학부모들이 “숲 교실 참가를 그만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표한다. 그럴 때는 김 이사장이 나선다. “3달만 더 해보자”고 설득한다. 삶에서 우러난 조언을 하면 대개 수긍한다.

베타니아 특수어린이집 전경. 베타니아 복지재단 제공

- 없는 장애도 만드는 육아 교육 환경

김 이사장은 지체 장애인이다. 3살에 장애를 얻었다. 그런 까닭에 젊은 시절부터 장애인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1995년 장애아동 조기교육실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인 장애아동 교육에 뛰어들었다. 1997년 광주 전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장애전담어린이집을 설립하고 이듬해에 장애아동보육시설협의회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아이들을 숲으로 데려가기 시작한 것은 2011년이었다. 2010년 국회에서 열린 숲유치원 국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숲 활동 수업에 매료돼 당장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주변에서는 성급하다고도 했지만 확신이 든 이상 주저할 수가 없었다”면서 “아직 몸과 머리가 굳어지기 이전인 영유아기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가 막 돌이 지났을 때 소아마비가 왔습니다. 누워서 5년을 지냈는데, 부모님이 그걸 고치려고 좋은 집 몇 채를 살 수 있는 돈을 한약과 침술에 썼다고 하시더군요. 어두운 시대였죠. 지금처럼 물리치료만 제대로 받았더라면 저는 휠체어 없이 살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유아기에 장애 성향이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평생의 삶이 결정됩니다.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보통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김 이사장은 요즘은 “없는 장애도 만드는 가슴 아픈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15년에 한국아동청소년신경학회에서 일반아동 중 6.5%가 ADHD 성향이 보인다는 발표 자료를 내놓았는데, 10여년 전에는 장애아동 100명 중 3~4명이 ADHD 였다. 김 이사장은 “ADHD와 자폐는 10년 전과 비교해 10배나 늘었다”면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육아와 교육 환경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핵가족화로 가족 구성원이 줄어든 점, 또 아이들이 텔레비전 등 미디어에 과도 노출되기 쉽다는 점 등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엄마나 할머니가 아이들이 보채고 소란스럽게 하면 텔레비전을 틀어주거나 핸드폰 동영상을 보여줍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거기에 완전히 빠져버립니다. 그것이 반복되고 노출된 시간이 길어지면 자폐로 발전한다고 봅니다.”

베타니아특수어린이집을 방문한 김정화 한국숲유치원협회 회장 일행과 포즈를 취했다. 맨 앞줄 중앙이 김종호 베타니아복지재단 이사장, 왼쪽이 김정화 회장이다.

- 창의력과 인성, 숲에서 얻을 수 있는 보물

김 이사장이 숲을 치유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숲에서 자연과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다보면 다양한 장애 성향들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베타니아에서는 매년 그해 숲과 교실에서 수업한 내용을 엮어서 책으로 펴낸다. 비매품으로 발간하지만 숲 활동에 의구심이 있거나 자료가 필요한 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서 숲유치원이 더 많이 보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게다가 시대의 요청이기도 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창의력과 인성을 부르짖는데, 숲은 창의력과 인성이 저절로 발달되는 환경을 갖추었습니다. 숲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감을 만들고 또래들과 어울리니까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베타이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태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숲 유치원을 비롯해, 취업이 힘든 장애인들이 함께 유기농 농사를 지어 판매도 하면서 사회에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기반은 거의 다 다졌다. 학부모들의 요청에 주간보호 시설을 비롯해, 사회적 기업인 에코베타이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로 두부나 빵 등을 만들어 여수에 있는 ‘로컬 푸드’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아직 큰 수익은 없지만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연계해 현재 베타니아에서 아이들과 직원들이 먹는 식재료는 대개 산지에서 직접 사온다. 믿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시스템을 발전시켜 장애인들이 정상인 못잖은 사회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숲유치원 교육의 취지도 결국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초석을 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생태적이고 자연스러운 삶의 태도와 지혜가 배어들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입니다. 경쟁 괴물로 자라나는 이 세태의 불행과 비극을 치유할 유일한 길이 숲과 생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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