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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핵 가진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을 상대하는 방법

입력
2017.08.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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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자본주의공화국’. 영국 국적을 가진 두 명의 전ㆍ현직 기자가 오늘날 북한 저변의 놀라운 변화를 기술한 책의 제목이다. 핵과 미사일에 가려진 전혀 다른 모습의 북한에 주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러시아 국적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한 언론 기고문에서 "북한에 대해 여전히 ‘기아의 땅’이라는 이미지가 지배적이지만 사람들은 점차 그러한 인식이 잘못 되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 상황을 1990년대 또는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한다면 주민들의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높아졌고, 사람들이 보통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부는 평양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북한 전역으로 확산되었다고 강조한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5월 평양을 방문한 소감을 밝히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받는 나라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평양 경제는 활기를 띠고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한국은행은 얼마 전 2016년 북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9%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무늬만 사회주의이고 내부를 자세히 관찰하면 세계 어느 곳보다 더욱 자본주의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빈부격차가 없는 것이 사회주의 장점이고 자본주의는 빈부격차로 인해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부르짖어온 북한에서 빈부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사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고, 돈주라고 불리는 붉은 자본가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돈주의 투자 영역은 이제 시장의 작은 울타리를 뛰어 넘어 국가급 건설 분야와 여객 사업 등 주요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정체성이 ‘수령’에서 ‘돈’으로 옮겨간 지가 꽤 지났다. 몇 년 안에 사유재산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보는 곧 돈과 직결된다. 북한 주민들도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돈 되는 정보 찾는 데 여념이 없다. 오늘날 김정은 정권에서 경제성장은 곧 자본주의 성장을 의미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시장화, 혹은 자본주의화 전략이 북한 체제를 다양한 경로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시장활동을 경험한 북한 내 많은 주민들의 의식은 자본주의 친화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고수하고 있는 핵미사일 정책은 김정은과 특권층의 생존전략이 될 수는 있으나 대다수 북한 주민들의 그것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의 강화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본주의화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된다. 이는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고조로 이어질 개연성이 짙다.

북한 당국은 이 모든 주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시장활동을 통해 많은 외부 정보를 접하면서 자본주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보유한다는 북한의 주장은 극소수 지배층의 생존을 위한 변명일 뿐이다. 북한 핵은 군사적 수단뿐만 아니라 정치적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 심지어 핵은 북한 내 자본주의 현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시장에 의존하는 주민들이 늘수록 국가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안보를 이유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안보 위기의 지속은 북한 내 자본주의가 고도화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실효적으로 통제권을 행사하고, 이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북한이 과거보다 더 핵무기에 집착하고 호전적인 언행을 일삼는 것은 내부 통제의 목적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북한 내 자본주의의 발전을 고무하기 위해서라면 군사력으로만 맞대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우월한 시장경제 체제를 무기로 북한문제를 푸는 해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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