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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 ‘엉터리’ 친환경 인증 뒤에는 ‘농피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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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 ‘엉터리’ 친환경 인증 뒤에는 ‘농피아’ 있었다

입력
2017.08.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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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인증기관에 감독관청 출신들 다수 포진

19일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해 살충제 계란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해 살충제 계란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국민들이 크게 충격을 받은 부분은 ‘친환경 인증’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무더기로 검출됐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전국 1,239개 산란계 농가를 전수조사한 결과, 살충제 계란이 나온 농장 49곳 중 무려 31곳(63%)이 친환경 농가였다. 이처럼 친환경 인증이 사실상 ‘엉터리’ 인증으로 전락한 배경으로 민간 인증기관에 감독관청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출신들이 다수 포진하며 ‘검은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지목되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관원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 중 6곳에서 농관원 출신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었다. 또 이들 민간업체의 전체 인증직원 610명 가운데 80명도 농관원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인증기관은 농가에 친환경 인증서를 발급하고, 농식품부 산하 기관인 농관원은 인증 업무가 제대로 처리됐는지를 사후 감독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감독기관과 민간 인증기관 유착과 그에 따른 부실인증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농관원 출신이 운영하는 2개 업체가 인증한 친환경 농장 6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친환경 농장(31곳)의 20% 가량이 이른바 ‘농피아’(농식품 공무원+마피아) 출신이 운영하는 업체가 인증서를 발급해 준 농장이라는 의미다.

친환경 농산물의 인증을 대행하는 민간 업체와 관리ㆍ감독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경대수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73개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 중 35곳에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 85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경 의원은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을 직접 관리ㆍ감독하는 기관의 공무원이 퇴직 후 인증기관에 취업을 하면 유착 가능성이 높아져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유착의 개연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농식품부를 방문해 “농관원 퇴직자들이 친환경 인증을 맡게 돼 모종의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며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매우 위험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도 18일 “농관원 일부 직원들이 민간 인증기관의 간부로 근무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맞다”며 “기존 공무원들이 (민간 인증기관에) 가 있는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농피아의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감사에 착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남태헌 농관원장은 20일 “농관원은 민간 인증기관이 친환경 인증을 내준 농장의 시료를 채취해 다시 점검하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며 “농관원은 민간 인증기관의 사정을 봐줄 어떠한 재량권도 갖고 있지 않기에 유착이 될 여지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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