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형이 군대에 있을 때 어땠는지 아냐? 형이 배드민턴 좀 쳤는데 말이야, 제대하던 날 아시안게임 나가서 금메달도 따고 그랬어~"
술 취한 못난 형의 허풍이 아니다. 남자 배드민턴 손완호(26·김천시청)와 유연성(28·수원시청)만이 말 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 이야기다.
한국 남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23일 오후 인천 계양경기장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전에서 게임스코어 3-2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중심에는 총 대신 라켓을 잡고 전역 날을 맞은 두 말년병장 손완호와 유연성의 맹활약이 있었다.
총 5경기 중 1-3-5경기는 단식으로, 2-4경기는 복식으로 치러지는데, 가장 먼저 나선 손완호가 세계랭킹 2위 천룽(중국)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2경기 복식에서는 손완호와 같은 날 전역하는 유연성이 나섰다. 유연성은 이용대(26·삼성전기)와 함께 쉬천(30)-장난(24) 조를 세트스코어 2-0으로 완파했다. 맏형 이현일(34·MG새마을금고)이 마지막에 나서 승리를 확정 지으며 이동근(24·요넥스) 김사랑(25) 김기정(24·이상 삼성전기) 등 군 미필 후배들과 전역이 1년 남짓 남은 고성현(27·국군체육부대)은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아시안게임은 병역 혜택의 기회'라는 인식이 아직도 만연하기에 손완호와 유연성의 '제대 기념 금메달'은 더 의미 있었다. 류중일 감독이 "병역과 관계 없이 뽑았다"며 내민 야구대표팀 명단만 해도 각 구단별 병역 미필 선수들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 남자 축구 김진수(22·호펜하임)는 이적 당시 '아시안게임 대표 발탁 시 차출 보장'을 계약 옵션에 포함했을 정도다. 군 입대가 선수 생활에 얼마나 큰 걸림돌인지는 누구나 알기에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손완호와 유연성의 '마지막 군인정신'이 더 위대해 보이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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