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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관진 안보실장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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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관진 안보실장이 답할 차례다

입력
2015.03.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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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국주의의 부끄러움과 애국적 군사 주권론까지 나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친중(親中)과 친미(親美)의 이념 지향성이 다분한 공방으로 흘렀다. 사드라는 군사적 논쟁만도 소화하기 힘든데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까지 겹쳐 어느 주장이 맞는지 살피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사드만 놓고도 넘쳐나는 주의ㆍ주장은 혼란과 무질서에 가깝다. 북한 핵과 미사일 방어에 최적이라는 배치 주장은 한미동맹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맹목적 논리가 짙게 배어있고, 한중 관계를 감안한 반대는 아무리 균형외교로 포장해도 기회주의적 냄새를 피할 수 없다. 시대를 임진왜란으로 되돌려 (마침 공중파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징비록’의 인기에 편승한 논리가 분명해 보이는) 동인과 서인의 분열상을 대입하는 것은 과잉 해석에 불과하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북한 핵과 미사일 공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중국의 반대에는 어떤 허점이 있고 미국의 압박에 동맹의 함정은 없는지 등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순리였다.

AIIB 가입 논란에서는 눈치보기만 무성했다. 미국이 꺼려한다는 이유로 주저주저하다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이 다들 참가하니 ‘거름지고 장에 간다’는 격으로 흘러가고 있다. AIIB 가입에 따른 경제적 이해타산은 뒤로 밀리고 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넛 크랙커’의 신세 한탄에 몰두한 당연한 귀결이었다.

무책임한 주장의 극치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엇갈린 사드와 AIIB를 양국에 협상카드로 제시하자는 이른바 ‘빅딜론’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자주 활용하는 얄팍한 정국 타개론이라는 점을 당사국인 G2국가가 알까 두려울 따름이다. 엄중한 동북아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고 국익을 최대화하는 차원의 논의 과정은 애당초 발붙일 여지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드는 군사 안보의 문제를 넘어 외교 현안이 돼 버렸고, AIIB 또한 경제 안보와 직결된 쟁점으로 국제정치 무대에 내던져진 채 방치된 지 오래다.

이쯤 되면 국가전략의 총체적 혼란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에도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전략 차원의 현안을 당면해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나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됐는지 아는 국민이 별로 없다. 사드와 관련해서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3NO (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라며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말한 게 고작이었다. AIIB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조만간 가입 통보설’이 나오는데도 “(정부 차원의) 회의체에서 공식 논의된 바 없다” 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입장이 마지막이었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는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김장수 실장의 후임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김관진 안보실장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군사 안보와 국제정치적 경제 현안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김 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략기획통 군인 출신이다. 외교가에서는 그가 군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국가안보 전략의 적임자가 아니라고 부정적으로 보는 이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통해 전략적 사고에 능했던 무인들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단지 군인이라는 이유로 전략적 안보를 책임질 수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김 실장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이어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도 두텁다. 안보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한다면 국가 전략을 맡겨도 충분치 않을까 싶다. 다만 그가 전임자처럼 “청와대는 사드와 AIIB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김정곤 정치부장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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