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고립시키고, 김무성 무너뜨리고…2012시즌2?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서 피튀기는 공천 전쟁이 벌어졌다.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에서 친이계는 이재오 의원을 제외하고 모조리 낙천했다. 새누리당에선 “수족을 자르면 몸통은 허수아비가 되기 때문”라는 해설이 돌았다. 굳이 좌장을 낙천해 시끄러운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이 채 5개월도 남지 않은 요즘 여의도에서 비슷한 시나리오가 흉흉하게 나돌고 있다.
“공천에서 수족 자르면 유승민은 고립”
이번에도 칼자루는 친박계가 쥔 형국이다. 상대는 비박계 투톱인 무대(김무성 대표)와 유대(유승민 전 원내대표)이지만 유승민 의원이 먼저 도마에 오를 공산이 커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에게 ‘배신의 정치인’이란 딱지를 붙였다. 그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 을에는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 받게 해달라”는 대통령의 말을 팔며 ‘진박’(진짜 박근혜 사람)을 자처하는 경쟁자도 나타났다.
청와대나 친박계 눈에 가시 같은 유승민계를 날리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먼저 유 의원을 낙천시키는 방안. 대구에선 박심이 당심을 넘어 곧 민심인 탓이다. 여기다 친박계가 주장하는 현행 공천 룰이 유지돼 경선에서 당원 의사를 50%까지 반영하게 된다면 진박 후보에게는 승산이 있다. 대구 정가에 밝은 한 여권 인사는 “서울에선 유 의원 부친인 유수호 전 의원 빈소에 대통령이 어떻게 조화도 안 보내느냐는 게 통상적인 반응이지만, 대구에선 ‘아니 어떻게 했으면 우리 대통령이 조화도 안 보냈을까’라는 민심이 대체적”이라고 말했다. 그런 민심을 자칭 진박 후보들이 “유승민이 당선되면 대통령이 어려워집니다”라는 구호로 파고들면 결과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그러나 과정이야 어떻든 유대가 낙천하게 된다면 그 파장은 일파만파가 될 수 있다. 오히려 현재권력에 박해 받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그를 ‘호랑이’로 만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오는 시나리오가 유승민 고립작전.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에 포진한 유 의원 측근 의원들을 절멸시켜 유대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다. 19대 총선에서 친이계를 상대로 한 차례 실험을 마친 만큼 효과는 확실할 수 있다. 비박계가 전략공천이나 현역 의원 컷 오프에 결사 반대하는 배경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주로 TK와 PK에 포진해있다. 김희국ㆍ김상훈ㆍ이종진ㆍ권은희ㆍ조해진 의원 지역구에 벌써부터 친박을 자처하는 후보들이 대거 출격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비대위 총선 시나리오 땐 무대체제 붕괴
겉으로 보기엔 최근 들어 부쩍 청와대와 하모니를 이루는 무대에게도 언제 시련이 닥칠 지 모르는 일이다. 내각으로 나가 있던 친박 핵심 의원들의 복귀 행렬도 이미 시작됐다. 이미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돌아온 데 이어 TK의 맹주이자 차기 당 대표까지 노린다는 말이 도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복귀할 전망이다.
친박계에서는 레임덕의 변곡점이 되는 임기 4년 차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진작부터 나왔다. 그런 이유로 나오는 시나리오 중 하나가 ‘비대위 총선’이다. 최고위원 중 다수를 차지하는 친박계가 동반 사퇴해 무대를 고사시키거나 무대가 자진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비상대책위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구상이다. 친박계 주변에서는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은 40%대인데 그 반토막도 안되는 당 대표가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 수 있겠느냐” “오픈 프라이머리(국민완전경선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는 말은 온데 간데 없다”는 등의 말까지 나왔다.
이 시나리오 또한 검증된 바다. 2011년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하자 당시 친박계였던 유승민 최고위원이 개혁파인 남경필ㆍ원희룡 최고위원과 손잡고 동반사퇴해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세운 일이 있다.
성큼 다가온 공천의 계절, 갖은 시나리오로 여의도는 음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친박계의 각본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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