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도 日기업도 앞다퉈 방문
8000만 시장 선점 위해 구애 펼쳐
로하니 대통령은 17년 만에 유럽행
‘종파 갈등’ 사우디와 중재 움직임도
이란 원유 증산 계획에 산유국 반발
중동에 ‘이라노포비아’ 확산 우려도
서방의 대(對)이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중동이 이란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이란에 구애 공세를 펼치며 시장선점 경쟁에 돌입했으며 이란 지도자도 서방 세계로 눈을 돌리며 서서히 몸을 풀고 있다. 시아파의 선두주자로 굴기(屈起)하는 이란이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중동 질서를 양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 일본 등 이란에 적극적인 구애 공세
이란에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지도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시 주석은 올해 첫 해외순방으로 이달 19~23일 사우디와 이집트, 이란을 국빈 방문하는데 세계의 이목은 22~23일로 예정된 이란 방문에 집중돼 있다. 경제제재 해제 이후 이란을 공식 방문하는 정상은 시 주석이 처음으로, 중국 정상이 이란을 방문하기는 2002년 당시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 이후 14년만이다. 시 주석의 이란 방문을 두고 전문가들은 “8,000만명에 달하는 이란 내수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물론 향후 중동 내 강자로 부상하는 이란과 정치ㆍ군사적 관계를 다지기 위한 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 이란 제재국면에서도 에너지 협력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 사에드 레이라즈 이란 경제분석가는 신화통신에 “이란 제재 국면에서 중국은 이란에 가장 우호적인 국가이자 친구였다”며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중국이 이란의 최대 교역파트너가 되는데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교역액은 2014년 518억달러(약 62조5,070억원)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31.5%나 증가했다.
일본의 구애 공세도 만만치 않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중에 이란 내 일본기업의 투자환경을 정비하는 내용의 협정을 이란 정부와 체결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란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하지 않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 및 미국의 독자 제재 해제에 따라 자동차 수출확대, 철도·교통 시스템, 석유정제 시설 등 인프라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국제사회로 영향력 넓히는 이란
경제제재에서 해제된 이란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이란 국가지도자들은 원유개발 및 내수시장의 투자 수요 등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리로 서방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달 25, 26일 이탈리아와 바티칸을 국빈 방문한다. 이란 대통령의 유럽행은 1999년 당시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3월과 10월에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각각 방문한 이후 17년 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로하니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와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유럽기업들은 이란의 제재 해제를 공산주의 몰락으로 동유럽 시장이 열린 것과 비견할 만한 희소식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서서히 세력확장에 나서는 가운데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을 중재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18~19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로하니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 최근 격화된 양국 갈등을 중재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은 국민 대다수가 수니파이지만, 20%는 시아파여서 사우디와 이란 간 종파갈등이 자국 내로 옮겨 붙을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증산 계획은 이라노포비아 역풍될 수도
하지만 이란의 원유 증산 계획은 중동 지역에 ‘이라노포비아’(Iranophobiaㆍ반 이란 정서)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당장 산유국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로 늘린다는 이란의 발표에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로 가뜩이나 공급 과잉 상태인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은 경제ㆍ금융제재 동안 다른 산유국들이 증산을 통해 자신들의 몫을 빼앗았다고 여긴다”며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부추기던 이라노포비아가 산유국 사이에서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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