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무위원과 공공기관장, 경제단체장 등을 앞에 두고 원고지 28장(5,550자) 분량에 달하는 ‘깨알 지시’를 내렸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로 여권 내분이 일단 수습된 만큼 본격적으로 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위축된 경제심리를 회복시키고 내수와 수출이 균형 잡힌 성장을 할 수 있게 필요한 몇 가지 정책 방향을 말씀 드리겠다”고 발언을 시작해 약 16분에 걸쳐 세세한 주문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로 치명타를 입은 관광산업과 관련 “고품질ㆍ고부가가치 방향으로 체질을 바꿔 나가야 한다”며 “빅데이트를 활용해 맞춤형 관광 콘텐츠를 제공하고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관광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외국 관광객의 불편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친절”이라는 언급도 덧붙였다.
이어 박 대통령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인수합병(M&A) 촉진책을 마련을 주문하면서 작은 벤처기업에서 만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인‘김기사’가 다음카카오에 인수된 사례를 들었다. 박 대통령은 “‘김기사’라고 들어 보셨느냐”고 물은 뒤 “김기사 같은 자본회수시장의 성공사례도 확산시켜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건축투자 활성화를 지시하면서 “노후 건축물의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유도하기 위해 노후ㆍ불량 건물이 밀집한 여러 대지를 결합해 활용하게 하는 결합건축제도를 도입하고 활용도가 미미한 건축협정 제도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진한 수출 실적에 대한 당부도 뒤따랐다. 박 대통령은 “업종별로 겪는 어려움이 다르니 각각에 맞는 해소 방안을 찾고, 새로운 수출 품목과 지역을 발굴해 수출 구조를 다각화해 나가야 한다”며 “규제 완화와 유망 신제품 공동기술 개발로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게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저탄소 시대에 적응하려면 기술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며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없어져서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며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청동기시대로 들어서면서 사방에 널려 있는 돌로 그릇 같은 것을 만들지 않게 됐듯이 선제적 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 신산업을 주력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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