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지섭 기자

등록 : 2017.11.01 04:40

[평창 G-100] 쇼트트랙 사상 첫 4관왕 도전 “내겐 꿈이자, 목표이자, 기회”

‘여왕 대관식’ 준비하는 최민정

등록 : 2017.11.01 04:40

3월 세계선수권서 불운에 눈물

“힘들었지만 나를 성장시킨 계기”

절치부심 후 대표 선발전서 1위

4관왕 달성 열쇠는 결국 500m

최근 중국이 4회 연속 金 가져가

“먼저 치고 나가 나쁜 손 피할 것”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 갤럭시아SM 제공

한국 쇼트트랙은 두말할 필요 없는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이다. 하계올림픽 양궁처럼 ‘황금밭’이다.

한국의 역대 동계올림픽 금메달 26개 중 쇼트트랙에서 21개를 수확했다. 국민들의 관심도 한 몸에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9월말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맡겨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중 입장권 구매 의향이 있는 종목으로 개막식(38%)에 이어 쇼트트랙(32%)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스피드스케이팅(16.7%)과 피겨스케이팅(15.2%) 두 개 종목을 합친 것과 비슷한 고공 인기였다.

국민들은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여왕의 대관식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심에 최민정(19ㆍ성남시청) 우뚝 서 있다. 특히 최민정은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대회 4관왕에 도전할 후보로 주목 받고 있다.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부에 걸린 금메달은 총 4개다. 단거리 500m를 비롯해 중거리 1,000m, 1,500m 그리고 3,000m 계주다. 종전에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자 안현수(빅토르 안), 여자 진선유가 3관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31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한국 쇼트트랙은 전통적으로 500m에서 힘을 못 냈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당시 남자 500m에서 채지훈이 유일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뿐 취약 종목으로 남아있다. 스타트가 중요한 500m는 순간적인 힘을 내서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하는데,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다. 여자 쇼트트랙에서는 최근 중국이 4회 연속 500m 금메달을 가져갔다.

4관왕 달성의 열쇠는 결국 500m다. 최민정은 500m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들보다. 지난해 12월 평창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2016~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4차 월드컵에서 500m 우승을 차지했다. 또 9월말 평창 올림픽 예선 성격이 짙은 2017~18 ISU 1차 월드컵에서는 전 종목을 석권해 4관왕에 올랐다.

최민정이 성남빙상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갤럭시아SM 제공

평창 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지금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최민정은 30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처음 준비하다 보니까 100일이 남았다고 해도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며 “1년, 300일, 200일, 100일 기념행사를 할 때마다 시간이 간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더욱 열심히 하기 위한 자극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 무대는 꿈이자, 목표이자, 나에게 기회”라며 “최대한 해볼 수 있는 데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보겠다”고 평창 올림픽을 향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민정은 6세 때 처음 스케이트를 탔다. 가족들과 함께 한 겨울 방학 캠프에서 빙판 위를 누볐다. 최민정은 “속도감이 있고 느낌이 시원해서 재미를 붙였다”고 떠올렸다.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은 시점은 초등학교 3학년 때다. 개인 코치를 따라 서울 혜화초에서 성남 분당초로 전학을 갔다. 단순히 즐겁게 스케이트를 탔던 그는 서현중 2학년 때 구체적인 목표 의식을 갖고 태극마크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후 최민정은 승승장구했다. 시니어 데뷔 무대였던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에도 2연패를 달성하며 2014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20ㆍ한국체대)와 함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로 자리매김했다.

세계선수권 3연패를 노리던 그는 그러나 지난 3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20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악의 불운에 눈물을 흘렸다. 1,500m 결승에서 넘어지고, 500m와 1,000m에서 잇달아 실격 판정을 받으며 개인 종합 6위로 밀려, 평창 올림픽 직행 티켓도 놓쳤다. 실패는 쓴 약이 됐다. 절치부심한 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다시 어깨를 폈다. 그리고 1차 월드컵 4관왕, 2차 월드컵 1,500m 금메달을 목에 걸고 에이스로 입지를 다졌다. 최민정은 “세계선수권에서 부진했을 때가 힘겨운 시기였지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월드컵에서는 그 정도 성적을 낼 줄 예상 못했다. 기대를 많이 해주는 만큼 부담을 갖기 보다 부응하려고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정. 갤럭시아SM 제공

최민정의 눈은 3, 4차 월드컵으로 향한다. 3차 월드컵은 11월9일부터 12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4차 월드컵은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11월16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다. 최민정은 “3, 4차 대회를 앞두고 있어 현재 실전 감각을 쌓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월드컵 경험을 기반으로 평창 올림픽에서 기량을 발휘하겠다.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열려 시차 적응이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500m 종목에 대해서는 “훈련하는데 한계를 두고 있지 않다”며 “1,000m나 1,500m는 주 종목인데다가 중장거리 선수들이 많아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만 500m는 도전자 입장이라 즐겁다. 특히 중국선수들은 거침 없이 레이스를 한다. 중국을 피하려면 빨리 치고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민정은 지난달 초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500m 준결승에서 ‘나쁜 손’으로 악명이 높은 중국의 판커신과 부딪혀 메달을 놓쳤다. 당시 판커신이 손을 쓰는 장면까지 보였지만 최종 판정은 최민정의 실격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훈련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는 최민정이 ‘힐링’을 하는 순간은 독서 시간이다. 최근에는 역사 소설 ‘몽유도원’을 읽고 있다고 했다. 최민정은 “책을 읽을 때는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돼 머리가 복잡할 때 독서하면 좋다”면서 “책을 보다가 잠도 잘 수 있고…”라며 웃었다. 지금 당장은 온통 머리 속에 올림픽 무대를 그리고 있지만 아직 연세대에 재학 중인 1학년 새내기는 “캠퍼스 생활도 마음껏 하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면서 올림픽 이후 생활을 기대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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