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2003년), 블랙베리(2012년), HTC(2012년), 모토로라(2012년)…
한때 시대를 풍미했으나 한국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철수한 외국 휴대전화 업체들이다. 소니가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버티고 있고 일부 대만업체와 중국업체들이 한국시장을 넘봤지만 그 영향력이 미미해, 결국 한국시장에서 살아 남은 휴대전화 업체는 사실상 애플이 유일하다.
수입차 판매량이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는 자동차 시장이나 캐논 니콘 소니 등 일본업체가 여전히 강세인 카메라 시장 등과는 달리, 휴대전화 시장은 국내 업체와 애플 한 곳이 사실상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
애플을 제외한 외산폰의 약세 현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최근엔 국산업체 중심 과점 체제가 굳어져 ‘단말기 쏠림 현상’은 오히려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업체 화웨이의 단말기가 LG유플러스를 통해, 대만업체 에이서 단말기가 KT를 통해 출시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다. 또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보조금이 급감해 외산폰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시장의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결국 애플 이외의 외산폰 판매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에서 정식으로 출시되는 외산폰이 멸종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국은 어쩌다 이처럼 외국 휴대전화 업체의 무덤이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세계 4대 스마트폰 제조회사 중 두 회사(삼성, LG)의 안방이라는 특수한 시장 환경 때문이다. 국산 제품이 바로 세계시장 흐름의 최첨단을 선도해 가는 제품이어서 성능 및 디자인 면에서 굳이 외산폰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것. 게다가 안방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편리한 애프터서비스(AS)의 이점도 있다.
여기에 노키아 블랙베리 등은 본사 자체의 세계시장 실적이 부진했던 점, 애플을 제외한 외산폰들이 한국 시장 특성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점, 이동통신사들이 국산폰을 선호하는 현상 등이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외산폰 실종과 단말기 쏠림 현상이 더해지면서 한국은 갤럭시, 옵티머스, 아이폰만 유통되는 시장으로 변했다. 어떤 이유에서 비롯되었든, 문제는 이렇게 쏠림 현상이 심한 시장 환경 때문에 과점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교수는 “경쟁이 덜한 시장이 되면 아무래도 과점 현상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적으로도 해외 직접구매와 온라인 판매 등을 활성화해 단말기 시장의 다양성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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