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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
주필

등록 : 2016.07.07 20:00

[황영식의 세상만사] 김영란법이 켕긴다고?

등록 : 2016.07.07 20:00

위헌성 여부는 헌재가 가릴 것

‘3ㆍ5ㆍ10’은 언제고 조정 가능

각자 지불 등 문화변화가 필요 지난달 9일 시행령(안)의 입법예고를 계기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국회에서까지 개정 논의가 일고 있으니, 지난해 3월 제정 이래 잠잠했던 게 우연이었던 셈이다.

숱한 지적처럼 김영란법의 조문은 엉성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핵심인 제8조의 ‘금품 등의 수수 금지’는 1항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나 기부ㆍ후원ㆍ증여 등 명목에 관계 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2항에서는 직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는 1항에서 정한 기준 이하의 금품 수수를 금지했다. 3항에서는 그 예외로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ㆍ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ㆍ 경조사비ㆍ선물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기준이 시행령(안)의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다.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1원의 금품도 받지 말고,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 넘는 금품은 받지 말되, 일정 가액 이하의 식사ㆍ선물ㆍ경조사비는 받을 수 있다는 뜻이 잠시 아리송하다. 그러나 직무와 무관하게는 ‘100만원, 3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따로 ‘3만ㆍ5만ㆍ10만원’ 기준을 마련한 데 비추어 직무관련성이 있어도 거기까지는 가능하다는 뜻일 터이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 이른바 ‘민간인’을 ‘공직자 등’에 넣은 데 대한 반발도 시끄럽다.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어 머잖아 헌법재판소가 위헌성 여부를 가려주겠지만, 오랫동안‘제4부’의 지위를 누리거나 실제로 학부모의 속을 태워왔다는 점에서는 당분간 예외적 취급을 받을 만하다.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한 시민단체 등이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는 볼멘소리도 많지만 아직 사회 보편적 인식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입법자의 판단을 존중해도 좋을 듯하다.

현실적 우려도 여럿 제기됐다. 이 가운데 화훼ㆍ축산ㆍ과수 농가나 어민들, 농수산물 시장과 식당을 비롯한 관련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주리란 예측은 인정할 만하다. 공직자 등에 대한 명절 선물 등은 김영란법의 밖에 놓인 업계 내부나 사회 일반의 선물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급 식당이나 주점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 관련 단체나 업계의 우려에 “지금까지 검은 돈으로 먹고 살았다는 말이냐”고 호통을 치는 등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댈 일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악영향은 애초부터 김영란법의 고려 대상 밖에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영역에서 대책을 다듬어야지, 이를 이유로 ‘농수축산물 예외 인정’ 등 김영란법 자체의 손질을 주장할 필요는 없다.

막상 시행이 다가오자 언론계의 우려도 커졌다. 일부 언론사는 9월28일 이전까지 외부와의 회식 일정을 잡아두고, 그 뒤로는 철저히 몸조심하자고 다짐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어지간해서는 ‘100만ㆍ300만’을 넘기 어렵겠지만, 직무관련성 판단과 입증이 결국 검찰 손에 달렸으니 어쩌면 언론이 검찰에 한결 고분고분해질 것이란 예측도 무성하다. 실은 굳이 법이 아니라 직업윤리에만 충실했어도 지울 수 있는 우려다.

개인적으로 주한 외국 대사관의 축하연에 자주 참석하다 보니 기준을 넘을 가능성이 크지만, 동법이 포괄적 위법성 조각사유로 ‘사회상규’를 둔 것으로 보아 얼마든지 규율 대상 밖이라고 믿는다. 아울러 10년도 넘은 과거의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따온 시행령의 ‘3ㆍ5ㆍ10’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지는 시점에서는 자연스레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다.

법의 목적이 얼마나 이뤄지겠느냐는 부정적 예단도 섣부르다. 시행 후 문제가 여전하면 그때 가서 보완해도 늦지 않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더치페이법’이라고 밝혔듯, 문화변화의 씨앗을 잘 뿌리고 키우는 게 당면과제다. 무성한 논란이 다 부질없어 보이는 이유다.

주필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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