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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빈자리…‘백발의 여우’ 리피가 호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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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빈자리…‘백발의 여우’ 리피가 호령했다

입력
2017.03.2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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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중국 창샤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기뻐하는 중국 선수들의 모습과 대조된다. 창샤=연합뉴스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중국 창샤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기뻐하는 중국 선수들의 모습과 대조된다. 창샤=연합뉴스

‘백발의 여우’ 마르첼로 리피(69) 중국대표팀 감독 앞에서 ‘공한증’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중국 창샤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에서 상대 유다바오(29)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이 중국에 진 건 첫 패배였던 2010년 2월 동아시안컵(0-3) 이후 7년 만이다. 이로써 한국축구는 중국과 역대 전적 18승12무2패로 한걸음 물러났다. 한국은 A조에서 3승1무2패(승점 10)가 됐다. 4위 시리아(2승2무2패ㆍ승점8)가 3위 우즈베키스탄(3승3패ㆍ승점9)과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기면서 한국은 가까스로 2위는 지켰다.

창샤는 역시 중국대표팀에게 ‘궈주푸디(國足福地ㆍ행운의 땅)’였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열린 8번의 A매치에서 4승4무로 한 번도 안 졌는데 지긋지긋한 ‘공한증’까지 깨부쉈다.

한중전이 열리기 전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바깥의 모습. 중국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위) 장갑차까지 배치된 모습. 창샤=연합뉴스
한중전이 열리기 전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바깥의 모습. 중국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위) 장갑차까지 배치된 모습. 창샤=연합뉴스

경기장 안팎은 온통 ‘추미(球迷ㆍ중국 축구 팬)’의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 지하철역과 연결된 스타디움 앞 광장은 3만 명의 인파로 인산인해였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을 의식한 듯 ‘소매를 걷고 응원하자. 한국을 괴롭히고 롯데를 뒤집자’라고 적은 현수막도 보였다.

중국 당국은 공안 1만 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장갑차까지 등장했다. 중국은 경기장 주변 건물의 전력 가동을 킥 오프 2시간 여 전부터 중단했다. 스타디움 조명이 꺼지는 등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전광판에 새겨진 ‘전념’이라는 문구. 집중하자라는 뜻이다. 그 아래 ‘중압지하무구색’은 무거운 압박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 전광판 밑 현수막 글귀는 ‘지려전행현초심, 중지성성전장사’. 연마를 하는 가운데 초심과 한마음으로 창사에서 전투하자는 말이다. 창샤=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 전광판에 새겨진 ‘전념’이라는 문구. 집중하자라는 뜻이다. 그 아래 ‘중압지하무구색’은 무거운 압박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 전광판 밑 현수막 글귀는 ‘지려전행현초심, 중지성성전장사’. 연마를 하는 가운데 초심과 한마음으로 창사에서 전투하자는 말이다. 창샤=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경기장 안은 거대한 전장을 방불케 했다.

전광판에 ‘전념’이라는 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집중하라는 뜻. 그 아래 ‘중압지하무구색(重壓之下無懼色)’은 무거운 압박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다. 경기 전 한국 선수들이 소개되자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중국 선수들이 소개될 때 관중석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는데 리피 감독이 호명될 때 함성 소리는 절정에 달했다. 중국 팬들은 애국가가 울리자 휘파람을 부는 등 야유를 퍼부었다. 상대 국가 연주에 이런 비신사적인 행동은 이례적이다. 반한 감정이 피부로 느껴졌다. 약 200명의 한국 응원단은 안전을 위해 경기시작 15분 전쯤 입장했다. 관중석 삼면을 공안들이 철통같이 둘러쌌다.

중국 공격수 유다바오가 전반 34분 선제골을 터뜨리자 3만 관중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쳤다. 기자석의 중국 취재진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경기 막판 신경전을 벌인 양 팀 선수들. 창샤=연합뉴스
경기 막판 신경전을 벌인 양 팀 선수들. 창샤=연합뉴스

경기 시작 후 양 팀은 중원에서 거칠게 맞붙었다. 한국은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26)이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고 빈 공간을 구자철(28)과 남태희(26)가 공략했다. 리피 감독은 수비 라인을 위로 올리지 않았다. 전반은 실점하지 않고 버틸 심산이었다. 이 작전은 중국이 세트피스로 첫 골을 만들며 완벽하게 맞아 들어갔다. 왕용포(30)의 왼쪽 코너킥을 유다바오가 머리로 살짝 방향을 바꿔 그물을 갈랐다. 시야가 가려진 상태라 골키퍼 권순태(33)는 꼼짝도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이정협 대신 196cm의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29)을 투입했다. 리피 감독도 핵심 미드필더 우시(28)를 교체로 넣으며 허리를 강화했다. 기성용(28)이 후반 13분과 19분, 두 차례 위력적인 중거리 슛을 날렸지만 중국 골키퍼 정청(30)의 손에 막혔다. 후반 29분 남태희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지동원(26)이 헤딩슛을 날렸지만 또 다시 정청의 선방에 무산됐다.

경기 막판 황의찬(21)은 중국 벤치 앞에서 상대 선수와 신경전을 벌여 양 팀 선수들이 엉겨 붙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은 끝내 동점을 만들지 못해 고개 숙였다. 대표팀은 곧바로 귀국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최종예선 7차전을 치른다. 경고 누적으로 중국전을 뛰지 못한 손흥민(25)이 출격한다.

창샤=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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