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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기자

등록 : 2018.05.27 17:48
수정 : 2018.05.27 22:52

"아뿔싸! 오현 스님 이렇게 빨리 가실 줄은..."

불교계 대표 시조시인 무산 입적...문재인 대통령 추모

등록 : 2018.05.27 17:48
수정 : 2018.05.27 22:52

설악무산 스님, 일명 오현 스님은 영원한 수행자였다. 자신을 낮추는 ‘하심’과 거리낌 없는 ‘무애’의 삶을 살았다. 조계종 신흥사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으로 ‘강원도 맹주’라 불리는 강원 속초 신흥사 조실 설악무산 스님이 26일 오후 5시 11분 신흥사에서 입적했다.세수 87세. 승납 60세. 스님은 속명 겸 필명인 조오현으로 시조를 쓴, 불교계 대표적 시조시인으로 ‘오현 스님’으로도 알려져 있다.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스님은 9세 때 입산해 1939년 성준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59년 직지사에서 성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고,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68년 ‘시조문학’에 등단해 불교계 대표 시조시인으로 활동했다. 문학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려 했다. 시조집 ‘심우도’와 ‘아득한 성자’ 등을 펴내 가람시조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현대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받았다. 한글 선시의 개척자로 꼽힌다. 만해 한용운의 시맥을 이었다는 평가도 받는 스님은 시조 중흥에 큰 힘을 쏟았고, 만해정신을 널리 알리려 애썼다. 1996년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했고, 백담사 인근 마을에 만해마을을 조성해 문인들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강원 인제군에 만해축전을 만들었고, 만해정신 선양에 앞장 선 이들을 위해 만해대상을 제정했다. 문인들에게 창작기금을 후하게 지원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생전 스님은 “사람들은 시조가 진부하다고 말한다”며 “시조는 흘러간 유행가가 아니라 한국인의 맥박”이라고 말해 각별한 시조 사랑을 표현했다.

불교신문 주필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신흥사 주지를 역임했고, 종단 최고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스님은 입적을 앞두고 “천방지축 기고만장, 허장성세로 살다보니, 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이라는 열반송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페이스북에 오현 스님 추모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살아 계실 때도 생사일여, 생사를 초탈한 분이셨으니 ‘허허’ 하시며 훌훌 떠나셨을 스님께 막걸리 한 잔 올린다”며 추모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문 대통령은 “오현 스님께선 서울 나들이 때 저를 한번씩 불러 막걸리 잔을 건네 주시기도 하고 시자 몰래 슬쩍슬쩍 주머니에 용돈을 찔러주시기도 했다. 물론 묵직한 ‘화두’도 하나씩 주셨다”며 추억을 되새겼다. 이어 “언제 청와대 구경도 시켜드리고, 이제는 제가 ‘막걸리도 드리고 용돈도 한번 드려야지’ 했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 얼마 전에 스님께서 옛날 일을 잊지 않고 ‘아득한 성자’ 시집을 인편에 보내오셨기에 아직 시간이 있을 줄로 알았는데, 스님의 입적 소식에 ‘아뿔싸!’ 탄식이 절로 나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오현 스님의 빈소는 신흥사이며, 장례는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된다. 30일 오전 10시 신흥사에서 영결식과 다비식이 열린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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