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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들의 여성혐오 퍼레이드

입력
2016.07.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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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은 겁이 많잖아!”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어릴 때부터 형성된다.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자애들은 겁이 많잖아!”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어릴 때부터 형성된다.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진짜 사나이

마누엘라 올텐 글, 그림ㆍ조국현 옮김

토마토하우스 발행ㆍ26쪽ㆍ9,000원

“여자 애들은 정말 지루해!” 개구쟁이 둘이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친구네 집에 놀러 와서 하룻밤 같이 자는가 보다. “걔들은 하루 종일 인형이나 만지작거리며 놀잖아.” 죽이 척척 맞는다. 둘은 아예 판을 벌이고 여자 애들 흉을 본다. “인형 옷을 입혔다 벗겼다, 입혔다 벗겼다, 입혔다 벗겼다.” 잠옷 바지를 까 내리며, 방방 뛰며, 아주 신이 났다. 밉살스런 녀석들이다.

인형 가지고 노는 게 뭐가 어떻다고. 총싸움은 좀 낫냐? 그리고 여자 애들이라고 다 인형만 가지고 노는 줄 아냐? 그게 바로 일반화의 오류라는 거다. 남자 애가 인형 가지고 놀면 어쩔 건데? 말해 뭐해, 대놓고 들들 볶으며 못 살게 굴겠지. 괜스레 구시렁대며 책장을 넘긴다.

“여자 애들은 곰 인형을 끌어안고 잔대.” “걔들은 겁이 많잖아!” “걔들은 밤에 오줌도 싼다지?” “잠옷이 흠뻑 젖을 정도래!” 갈수록 가관이다. 기껏해야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었을 조막만한 아이들이 남자와 여자는 완전히 다르다며, 여자 애들은 다 하찮다며 킬킬댄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여성 비하를 통해 남성들이 자신감과 유대감을 확인하려 드는 건 참으로 뿌리 깊은 악습이다.

‘진짜 사나이’는 성 역할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다룬 그림책이다. 고개만 돌리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칠 법한 보통 아이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실감나는 이 이야기를 작가는 간결하고 명쾌하게, 자가당착에 빠진 ‘진짜 사나이’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편안하게 쿨쿨 잠자는 ‘여자’ 애 양 옆에 곰 인형, 토끼 인형을 두 팔 가득 끌어안은 ‘남자’ 애들이 찰싹 달라붙어 있다. 겁먹은 얼굴로 눈만 말똥거린다. 잘도 조잘대던 입이 드디어 닫혔다. 우스꽝스런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이 떠버리 꼬마 녀석들은 언제쯤 정신을 차리려나. 여성 비하, 여성 혐오, 성희롱, 성폭력 사건이 줄을 잇는 요즘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인권 교육부터 하자.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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