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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기득권에… 편의점 판매약 조정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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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기득권에… 편의점 판매약 조정 ‘진통’

입력
2018.08.08 19:00
수정
2018.08.08 23:5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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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상비약 품목 조정 재개

겔포스 등 2종 추가 논의했지만

약사회 “타이레놀 500㎎제외를”

의견 차 못 좁히고 결정 또 유보

시민들 “효능군 넓히는 것 뿐인데…”

“복지부, 약사들 눈치만…” 지적도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이 또 유보된 8일 서울 CU명륜성대점에서 직원이 안전상비의약품을 정리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이 또 유보된 8일 서울 CU명륜성대점에서 직원이 안전상비의약품을 정리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의약계 반발로 중단됐던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 논의가 8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정이 또 유보됐다. 보건복지부는 기존에 판매하던 소화제 4종 중 2종을 빼고 제산제(위산 억제) 겔포스와 지사제(설사 완화) 스멕타 2종을 새로 지정하는 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대한약사회에서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500mg' 제외안 등을 들고 나오면서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복지부는 8일 오전 열린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6차 회의에서 품목 조정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조만간 차기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비자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2년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를 도입해 지정된 편의점에서 효능군 별로 해열진통제(5개 품목) 감기약(2개 품목) 소화제(4개 품목) 파스(2개 품목) 등 13개 품목을 팔도록 허용해 왔다. 하지만 그 종류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지난해 3월부터 약학회, 시민단체, 의학회 등 10명 위원을 중심으로 품목 조정 논의를 이어왔다. 하지만 약사회는 “의약품 오ㆍ남용으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품목 조정을 반대해 왔고, 지난해 12월 5차 회의에서 약사회 측 위원이 자해 소동을 벌이며 회의는 잠정 중단됐다.

8개월 만에 열린 이날 회의에서도 위원들 간에는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특히 약사회가 간독성 등 부작용이 있는 타이레놀500㎎를 판매품목에서 제외하고 편의점이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는 시간을 줄여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의견 차는 더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타이레놀500㎎의 2016년 공급금액은 98억8,200만원으로 안전상비약 13종 중 가장 많았다. 약사회는 이와 더불어 공공심야약국ㆍ공중보건약국 법제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 등도 주장했다. 강봉윤 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우리가 제시한 안에 반발한 일부 위원들이 지사제와 제산제 외에도 화상연고와 항히스타민제까지 총 4개 품목을 새로 포함시키자는 제안을 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3시간 30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위원들은 제산제와 지사제를 추가 대상으로 논의하자는 정도에만 일부 공감을 이뤘을 뿐 구체적인 추가 품목이나 제외대상은 논의조차 못했다고 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당초 지난해 6월 마무리할 예정이던 편의점 안전상비약 조정이 1년 넘도록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약사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를 허용한 안전상비약은 3만종에 달하고 일본도 2,000종인 점을 비교해 볼 때 약사회가 국민 편의를 너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이달 초 1,7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86.8%(1,515명)에 달했다. ‘현행보다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은 1.7%(29명)에 불과했다. 서울에 사는 김진영(54)씨는 “주말이나 저녁에 작은 통증을 완화하려고 편의점약을 자주 사는데, 품목 수를 늘리자는 것도 아니고 2개를 빼고 2개를 넣겠다는데도 반대를 하니 답답하다”며 “요새는 약국에서 화장품이나 위생용품, 칫솔도 파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정책 방향성을 뚜렷하게 잡아야 할 복지부가 약사들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예지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복지부가 특정 이해단체에 휩쓸리지 말고 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재량권을 줘야 제대로 된 합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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