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이 AI 반복 원인” 광화문서 동물 위령제 열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는 붉은 물감을 묻히고 붉은 노끈을 맨 사람들이 움직이기도 비좁은 케이지(철제 사육장)안에 들어가 있었다. 웅크린 채 누워있거나 창살을 잡아보는 게 전부였다.
이는 영화감독, 디자이너, 음악가와 회사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동물권 퍼포먼스 그룹’이 살처분과 그 원인이 되는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고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살처분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준비한 퍼포먼스였다. 케이지에 갇혀 살다 출산율이 저조하면 살처분 당하는 축산동물을 표현했다. 행사장에는 시민들이 살처분된 동물의 넋을 기릴 수 있도록 동물들에게 헌화하는 분향소도 마련됐다.
이들은 "정부는 AI가 발생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 잔인한 살처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희생된 닭·오리 등 가금류는 3,800만 마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농가에 반복하는 AI 확산이 '급격한 집약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며 "대규모 밀집 사육과 기업화·계열화된 공장식 축산을 개선하지 않는 한 AI 사태는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윤 영화감독은 “닭들은 A4용지 크기도 되지 않는 케이지에서 부리가 잘리고 날개도 펴지 못한 채 햇빛 한 번 보지 못하는 환경에서 사는데 병에 걸리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라며 “밀집사육에 대해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등 축산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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