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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폐기, 더 크게 더 빨리”… 북핵 테네시로 옮겨 조기결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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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폐기, 더 크게 더 빨리”… 북핵 테네시로 옮겨 조기결판 요구

입력
2018.05.14 17:5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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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결ㆍ신고ㆍ사찰ㆍ폐기 절차를

해외 반출 → 검증 역순으로 압축

美가 해체서 보관까지 직접 맡아

北에 막대한 경제 보상책도 제시

핵 반출이 제재완화 계기 될 것

존 볼턴(오른쪽)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0일 북한에 억류된 뒤 풀려난 미국인 3명을 태운 비행기가 도착한 앤드루스 공군기지 활주로를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존 볼턴(오른쪽)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0일 북한에 억류된 뒤 풀려난 미국인 3명을 태운 비행기가 도착한 앤드루스 공군기지 활주로를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요구하는 빠르고 과감한 비핵화 조치의 핵심이 핵무기 및 핵 물질의 조기 해외 반출로 요약되고 있다. 과거 동결, 신고, 사찰 및 검증, 폐기 등으로 세분화했던 북핵 폐기 협상절차를 해외 반출과 검증의 역순으로 뒤집어 조기에 결판을 내자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구상이다. 미국도 이를 위해 경제개발 지원 등 최대한의 보상 카드를 꺼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CBS 인터뷰에서 이 같은 비핵화 로드맵을 두고 “더 크고, 다르고, 더 빠르게(bigger, different, faster)”라는 키워드로 특징지었다.

핵무기와 관련 장비의 해외 반출은 과거 리비아가 2003년 12월 핵 포기 선언 이후 이듬해 1월부터 곧바로 취했던 조치다. 이후 포괄적 사찰 및 검증이 진행됐지만, 리비아의 적극적 협조로 핵 포기 전체 과정은 2005년 10월까지 단기간에 완료됐다. 그간 리비아 모델을 여러 차례 거론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이행에 대해 “그 결정의 의미는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고, 이를 해체해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반출 장소까지 특정했다. 오크리지는 미국의 핵과 원자력 연구 단지가 있는 지역으로 과거 리비아의 핵 관련 부품 및 장비가 이전했던 곳이다. 그는 핵무기 해체를 미국이 직접 맡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같은 과정 이후에도 우라늄 농축시설 및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해체에다 사찰 및 검증 등 여러 과정이 남아 있지만, 핵무기 반출은 핵 폐기 절차를 압축하는 데다 북한 스스로 기존 핵까지 폐기하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고 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가늠자다. 볼턴 보좌관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평가할 수 있고, 그의 약속이 진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핵무기 반출’을 김 위원장의 핵포기 약속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겠다는 뜻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면 리비아처럼 못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다만 리비아 모델과 다른 것은 북한의 핵 개발 역량이 리비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상태라는 점에서 미국이 제시하는 보상도 막대하다는 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도 민간 투자 허용 등 구체적인 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제재 해제 보다 더 많은 것이 있을 것”이라며 “(회담에서) 역사적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양측이 이를 성취하기 위해 진정 역사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야 한다”며 리비아 사례를 넘어서는 ‘역사적 조치’를 주문했다. 결국 상당량의 조기 핵 반출은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제재 완화 시점을 둘러싼 북미간 교착 국면을 뚫는 돌파구의 성격도 띠는 셈이다.

북한이 이 같은 조기 핵 반출 요구에 어느 정도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김 위원장은 이번은 다르고 크고 특별해야 하며 이전에 취해진 적이 없는 것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빠른 비핵화 조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구체적 사항들이 남아 있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에서 보듯 북한의 조기 비핵화 수위를 놓고 북미간 힘겨루기 국면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이날 일제히 핵 반출을 포함한 과감한 조치를 거론하고 나선 것도 김 위원장의 결단을 재촉하는 기 싸움 성격이 강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어느 시점에서 이 방송도 볼 것이다”며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메시지임을 내비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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