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쉬운 해고 지침 폐기 '양날의 칼'

알림

쉬운 해고 지침 폐기 '양날의 칼'

입력
2017.09.25 17:38
0 0

원상복귀 했지만, 노동시장 경직은 불가피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회의에서 김영주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회의에서 김영주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25일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취업규칙을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양대 지침(공정인사지침ㆍ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게 하고, 노조 동의 없이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한 근로기준법에 위배된 지침이라는 이유다. 지난해 1월 박근혜 정부가 양대 지침을 도입하면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는 등 양대 지침이 노ㆍ정 대화 단절의 촉매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 명령 등 문재인 정부의 잇따른 친노동 정책이 가뜩이나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을 더 경직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전국기관장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월 22일 도입했던 양대 지침은 1년8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양대 지침이란 저성과자에 대한 일정한 교육 후에도 성과가 나지 않을 때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해고 기준을 규정한 ‘공정인사지침’과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없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완화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가리킨다.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노동 개혁’의 핵심이라며 양대 지침을 강행했지만, 노동계는 “법 위에 지침”이라며 ‘노동 적폐’로 꼽으며 강력 반발해 왔다.

25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 이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양대지침 폐기를 선언했다. 배우한 기자
25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 이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양대지침 폐기를 선언했다. 배우한 기자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게 하도록 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에 반해 사측이 임금피크제 등 근로자에 불리한 사규를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게 만든 취업규칙지침은 폐기에 이견이 많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공정인사지침이다. 재계에서는 “고용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지는데 해고는 전혀 할 수 없다면 어쩌란 말이냐”는 불만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한 재계단체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비롯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라면서 저성과자까지 껴안고 가라는 것은 모순된 요구”라면서 “정부가 로드맵을 짤 때 노동계에만 치우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양대 지침 폐기는 불가피한 수순이지만, 이를 보완할 대책은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의 안정성도 중요하고 유연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둘 사이에 보완을 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노동시장에서도 사람을 많이 뽑으려면 나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만큼 그 합의점을 모색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지침 폐기와 노동 유연성은 관계가 없다"면서 "법 위반 상황을 원래대로 돌려놓았을 뿐이며 노동 유연성 문제는 차후에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