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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설법 버스킹도” 스님 또 한번 파격을 기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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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설법 버스킹도” 스님 또 한번 파격을 기획하다

입력
2017.05.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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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매년 한가지 대회를 만들어 온 조계종 교육국장 진광 스님이 올해에는 설법대회를 연다. 대회준비로 바쁘지만 "밥값 한번 제대로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2014년부터 매년 한가지 대회를 만들어 온 조계종 교육국장 진광 스님이 올해에는 설법대회를 연다. 대회준비로 바쁘지만 "밥값 한번 제대로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설법(說法)이라는 게 ‘너에게 교리와 사상을 가르쳐 주겠다’는, 딱딱한 느낌입니다. 그리 하지 말고 발우공양하듯 불교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법’이라는 밥을 다 함께 나누자는 겁니다. 우승팀 나오면 홍대 앞에 나가서 ‘설법 버스킹’도 해 볼 겁니다.”

지난 22일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교육국장 진광 스님은 분주했다. 다음달 1일로 닥쳐 온 제1회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 ‘설법, 세상을 꽃피우다’ 준비 때문이다. 학인(學人)이란 승가대 등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스님을 말한다. 1일 오전엔 조계사 뒤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39개팀이 참여한 예선을 치르고, 오후엔 예선을 통과한 12개팀이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본선을 치른다. 8분 분량으로 주제와 방식은 완전 자유다. 본선은 종호 스님 등 4명의 스님과 광고인 박웅현씨 등 교계 밖 전문가 2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점수가 50%, 스님 20명과 신도 60명으로 구성된 청중평가단 점수가 50% 반영된다. 점수도 무대 전광판에다 바로 공개한다. 불교계의 ‘슈퍼스타K’인 셈이다.

진광 스님은 2014년부터 매년 염불대회ㆍ외국어스피치대회ㆍ토론대회를 만들어 왔다. 설법대회는 이런 대회들의 종착역이다. 대중을 향한 전법 포교가 목표다. 이 4개 대회는 앞으로 올림픽처럼 4년마다 한 차례씩 치러진다. “처음 염불대회 열 땐 경망스럽게 스님들이 왜 그런 걸 하느냐는 시선 때문에 고생깨나 했습니다. 읍소도 하고 사정도 하고 협박도 하고.” 허허 웃던 진광 스님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 첫 염불대회 때 랩으로 부른 반야심경이 나왔어요. (프랑스 통신사)AFP가 그해 10대 뉴스에 뽑을 정도로 다들 깜짝 놀랐죠. 이번 설법대회 때는 뭐가 나올까,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획 취지가 무엇인가.

“설법이라 하면 뭔가 묵직하고 근사한 얘기를 해야 한다 생각하는데 그걸 버리자는 거다. 불교에선 우리 모두가 꽃이라 가르친다. 그 꽃들의 얘기를 들어 보자는 것이다. 경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꽃들의 삶이 곧 경전이다. 또 수양이 한 단계 오를 때마다 선배들 앞에서 설법을 시연해 보이던 ‘차제법문’의 전통을 되살리자는 측면도 있다. 다만 시대가 바뀌었으니 춤을 추건, 노래를 하건, 뮤지컬을 하건 뭘 하건 자유다.”

-굳이 대회까지 만들어야 할 정도인가.

“선불교 화두로 ‘임제재송(臨濟栽松)’이란 말이 있다. 산에 지천으로 널린 게 소나무인데 왜 또 소나무를 심느냐는 질문에 임제 스님이 ‘총림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하나요, 후학들에게 표상이 되고자 하는 것이 또 하나다’라고 답하셨다. 기존 설법은 설법대로 하되 설법의 방식을 다양하게 만들고 10년, 20년 뒤 우리 불교계를 이끌고 나갈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싶었다.”

-불교는 ‘말’을 중요치 않게 여기는 종교란 인상이 강하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였으나 들은 바 없이 들었다는 ‘무설설(無說說) 불문문(不聞聞)’이란 말을 하긴 한다. 그러나 그건 일정한 경지에 올랐을 때의 얘기다. 강을 건너는 방편으로서 나중엔 버릴지라도 일단은 뗏목은 필요하다.”

-파격적인 무대가 얼마나 될까.

“이탈리아 구겐하임미술관에 가니 ‘장소가 바뀌고, 시간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는 글이 있더라. 아직도 일부 어른들의 경우 교리를 잘 풀어 주는 걸 설법으로 이해하는 분도 계시다. 지난 3~4월 내내 학인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우리끼리 2,500년 전에 하신 부처님 말씀 논하는 거 그만 하고, 바뀐 시대에 어울리는, 기존 설법과 완전 다른 설법을 보여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중간에 기존 스님들의 설법 순서도 들어 있는데.

“새로운 설법이란 어떤 것인지 시범을 보여 주고 싶어서 넣은 순서다. 여엽 스님 등 네 분이 나서는데, 고우 스님 같은 분은 ‘희망’과 ‘행복’을 파는 홈쇼핑 방송 같은 콘셉트를 선보인다. 아주 재미있을 것이다.”

-젊은 학인들에게 전하고픈 말은.

“대회 준비하면서 참 많이 어울렸다. 따뜻하게 맞아 줘 고마웠다. 당부하고픈 말은 스스로 중생처럼 살지 말고 ‘내가 부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여정, 그 자체가 보상이다’라는 말을 했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곧 부처’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대중 앞에 나섰으면 좋겠다. 설법은 만인공양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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