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는 양은 줄어드는데 고래고기 찾는 미식가들 늘어나
밍크고래 마리당 5000만~1억원, 어선들 마구잡이 불법포경 기승
고래가 마구잡이로 죽어나가고 있다. 한 해 우리나라 해안에서 그물에 걸려 죽거나 자연사해 합법적으로 거래되는 혼획고래가 2,000마리에 달하는데도 고래고기를 찾는 미식가들의 수요가 늘며 가격이 치솟자 작살까지 동원한 불법 포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고래고기 전문식당은 이런 불법어획 고래를 싼값에 넘겨받아 한 접시(330g)에 10만원 이상을 받으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
울산해양경비안전서는 1일 작살 등을 동원해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해온 A호 선장 이모(42)씨 등 9명을 검거해 2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A호는 올해 2월 초부터 4월 25일까지 동해와 서해를 오가며 밍크고래 4마리(시가 1억6,000만원 상당)를 불법 포획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A호는 지난 4월 25일 밍크고래 2마리를 집아 1마리는 해상에서 해체해 선박 내 비밀창고에 숨겨 육지로 몰래 들여와 한밤중에 판매했다. 오후에 잡은 다른 1마리는 날이 저물어 해체하지 못해 밧줄로 묶고 닻을 달아 물 속에 숨겨 두었으나 파도에 밀려 인근 어장에서 조업 중이던 어민에 발견돼 해경 수사의 빌미가 됐다. 당시 작살에 맞고 죽은 채 발견된 밍크고래는 그 잔혹함으로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울산해경은 지난 5월 12일에도 고래 26마리(밍크고래 6마리, 돌고래 20마리)를 포획해 시중에 유통한 B호 등 포경선 3척, 17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하고 14명을 불구속 입건 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이같이 불법 어획된 고래 고기를 시중에 유통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등)로 이모(48)씨를 구속하고, 이씨 등에게서 고래고기를 사들인 식당 업주 82명을 1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 유통업자들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고래잡이 어선에서 불법으로 잡은 밍크고래 30마리 분량 26톤(78억원 상당)을 영남지역 고래고기 전문식당과 횟집 등에 시중보다 싼 값에 넘겨 왔다.
고래고기식당은 이씨 등에게서 고래고기를 ㎏당 7만원 선에 사들여 1접시(330g)에 10만원 가량을 받고 손님에게 판매해 4~5배의 이익을 챙겨왔다.
경찰은 이들이 유통한 고래고기의 시료를 채취해 고래연구소에 보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합법적으로 유통된 고래의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고래 불법어획 및 유통행위가 성행하는 것은 고래고기가 100가지에 달하는 별미로 미식가에게 인기가 높아 밍크고래 마리당 5,000만~1억원까지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산업법 등에서 고래류의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 자연사한 고래나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고래(혼획고래)는 해경 검사 후 유통증명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매매할 수 있지만 그 양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고래가 그물에 걸려있더라도 살아있으면 방류해야 하지만 이를 방치해 죽은 뒤 갖고 들어오거나 포획 후 증명서 발급시 해경을 속이면 딱히 검증하기 힘들다는 게 현장 이야기다.
또 혼획된 고래의 매매 과정에선 DNA 시료 채취 등록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관련 예산 부족으로 큰 고래 위주로만 시료가 채취되고 상쾡이나 돌고래 등 작은 고래류는 그냥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유통된 밍크고래 수는 2012년 79마리, 2013년 57마리, 2014년 54마리에 그쳤지만 실제 유통량은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혼획으로 잡힌 전체 고래는 2012년 2,700마리, 2013년 1,990마리, 2014년 1,840마리 등으로 집계하고 있다.
특히 매년 5월말 울산 장생포에서 열리는 고래축제 때에는 고래고기 수요가 폭증하고 불법어획이 더욱 기승을 부려 울산해경은 매년 기획수사까지 나서고 있으나 근절까지는 역부족인 형편이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유통경로를 역추적하는 등 조직화된 밍크고래 불법 포획 등에 대한 추적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울산=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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