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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몰려오는데… 안전망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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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몰려오는데… 안전망 없어

입력
2017.11.30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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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中ㆍ日 거래소 모두 한국 진출

투자자 보호할 규제는 ‘무풍지대’

법적 근거 없어 관리 주체도 모호

금융위, 뒤늦게 유사수신 지정키로

비트코인 가격 사상 첫 1만달러 돌파

전세계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국내 시장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폭발적인 거래규모 증가에도 불구, 규제가 거의 없는데다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어서 자칫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경우 고스란히 투자자가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3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비트포인트는 한일 합작법인인 비트포인트 코리아를 통해 29일부터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오다 겐키 비트포인트 대표는 “일본은 가상화폐 차입(레버리지) 투자가 인정돼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런 장치가 없이도 점유율이 10~15%로 커 앞으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지난 10월엔 미국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렉스가 국내 핀테크 업체와 손잡고 ‘업비트’를 설립했고 중국 최대 거래소 ‘오케이코인’도 내달 한국에 진출한다. 중국 2위 거래소인 후오비의 린 리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빗썸 등과 경쟁하기 위해 한국에 거래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가 속속 찾아 드는 건,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량이 일본(62.04%), 미국(18.96%)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데다 사실상 가상화폐 규제의 ‘무풍지대’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9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대금을 위안화로 찾는 것을 전면 금지하면서 거래가 사실상 막힌 상태다. 일본이나 미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서버 용량 및 자본금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인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국내엔 이렇다 할 ‘안전장치'가 없다. 현행법상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업이 아닌 인터넷쇼핑 업체처럼 통신판매사업자로만 신고하면 된다. 하루 조 단위의 거금이 오가지만 보안이나 서버 안정성 등에 대한 특별한 지침도 없다. 지난 8월19일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이뤄진 하루 거래액(2조6,018억원)이 전날 코스닥 거래액(2조4,357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거래소를 만들 때 별도의 기준을 갖출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법률상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관리감독을 담당할 주체도 모호한 상태다.

지난 12일 빗썸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지만 정부 규제가 미치지 못하다 보니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법적 근거 미비를 이유로 그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금융당국도 피해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중 가상화폐 거래업을 유사수신업으로 규정하고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조달(ICO)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가상화폐 거래 부작용을 막는데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거래소 인가제(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다. ‘가상화폐는 재화로 인정되지 않아 금융업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를 금융업으로 포섭할 경우 이를 정부가 승인하는 것처럼 비쳐 과도한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일본처럼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하는 등 안정성을 높일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황수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도 “거래소 설립자격 제한, 자격요건 강화 등 개선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코인당 1만달러(1,083만원)를 돌파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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