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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2%, 신용대출 25%' 금리장사… 저축은행 순익 1조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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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2%, 신용대출 25%' 금리장사… 저축은행 순익 1조의 ‘민낯’

입력
2018.05.28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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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ㆍ저신용 가계 상대

고금리 신용대출 영업 집중

지난해 21조 규모 가계대출 중

‘담보’ 대신 ‘신용’ 비중 46%

부실사태 이후 기업대출은 급감

금감원 하반기 중 첫 현장 점검

OK저축은행은 지난해 78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업계 2위를 차지했다.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지난해 가계를 상대로 신용대출 영업에 집중한 덕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가계 신용대출 총액은 1조9,079억원으로 기업 대출(1조4,162억원)을 훨씬 웃돈다. 특히 예금주에게 지급한 금리는 연평균 2.24%인데 반해 신용대출 금리는 25.38%였다. 연 2%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놓고 23%포인트 넘는 금리를 얹어 가계에 빌려준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가 지난해 사상 처음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하며 2011년의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저소득ㆍ저신용 등으로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은 가계를 상대로 고금리 신용대출을 하며 손쉽게 이익을 올리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의 이러한 영업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신용대출 의존도가 높은 저축은행을 상대로 조만간 첫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2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14년 9조1,563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21조4,214억원으로 133% 급증했다. 저축은행들은 2011년 대규모 대출부실 사태를 겪으면서 2010년 53조4,779억원에 달하던 기업대출 잔액을 2014년 17조원까지 줄였는데, 줄어든 기업대출을 메우려고 가계대출 영업을 대폭 늘렸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저축은행 가계대출의 상당 비중은 담보를 받지 않는 대신 고율 이자를 받는 신용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낸 저축은행 영업행태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내준 가계 신용대출은 9조8,622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46%를 차지한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은 가계 신용대출 실적이 전체 기업대출 실적을 앞질렀다. 지난해 351억원의 순이익을 낸 웰컴저축은행의 지난해 가계 신용대출(평균금리 25.8%) 실적은 1조84억원으로 기업대출(5,424억원)보다 1.8배 많다. JT친애저축은행도 가계 신용대출 잔액(8,247억원)이 기업대출(5,655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SBI(1조7,805억원), 유진(구 현대ㆍ6,763억원), 애큐온(구 HKㆍ5,407억원)도 고금리 신용대출을 많이 한 곳으로 꼽혔다.

저축은행이 2금융권에 속하긴 하지만 시중은행처럼 정부로부터 수신(예금을 받음) 권한을 부여 받은 엄연한 은행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이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해당 지역 기업과 지속적 관계를 맺으면서 시중은행이 하지 못하는 ‘관계형 금융’에 집중하는 것이 본래의 역할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예금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건 ‘은행’에 걸맞은 책임을 지라는 뜻인데 손쉬운 신용대출에만 집중하는 일부 저축은행의 영업 행태는 대부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하반기 중으로 고금리 신용대출을 일삼는 15개 저축은행을 상대로 첫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당국은 저축은행이 기업대출을 늘리고 가계 신용대출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한 규제들을 연이어 발표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금으로 신용대출에만 집중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확한 잣대없이 고금리를 일괄 부과하는 게 더 문제”라며 “대출원가가 높아 고금리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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