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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1위 발표 못한 '인기가요'

입력
2015.06.1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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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인기가요.
SBS 인기가요.

14일 오후 방송한 SBS 가요프로그램 ‘인기가요’가 1위 발표를 하지도 않고 방송을 끝내 논란을 불렀다. 제작진은 메르스 감염 사태의 여파에 따라 비공개 녹화로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을 진행하다 보니 방송에서 1위를 밝히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시청자들의 불만은 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인기가요’는 많은 가요팬들이 오래 전부터 기다려온 빅매치였다. 국내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인 ‘빅뱅’과 ‘엑소’가 정상을 두고 맞대결을 벌이는 형국이었다. 두 그룹의 다툼은 국내 양대 대중음악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대리전 성격도 띠고 있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사전투표를 둘러싼 논란도 1위 발표 없는 ‘인기가요’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에 불을 질렀다. ‘인기가요’는 음원과 음반 판매, 온라인 사전투표 점수를 합해 1위를 발표해왔다. 음원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빅뱅과 음반시장의 강자인 엑소의 대결에서 사전투표 결과가 1위를 결정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 3일 빅뱅의 ‘베베’를 대신해 빅뱅의 또 다른 신곡 ‘뱅뱅뱅’이 사전투표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빅뱅은 매달 한 곡씩 신곡을 발표하는식으로 새 앨범을 쪼개 팔고 있다. 신곡이 해당 가수의 이전 노래를 대체하도록 하는 ‘인기가요’의 투표 규정에 따라 ‘뱅뱅뱅’이 ‘베베’를 대체해 투표 대상이 됐다. 지난 1~2일 ‘베베’의 온라인 투표에 참여한 빅뱅 팬들이 이후 ‘뱅뱅뱅’에 투표할 수 없게 되면서 빅뱅이 엑소(‘러브 미 라잇’)와의 경쟁에서 불리하게 된 것이다. ‘인기가요’ 제작진은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나 빅뱅 팬들은 불합리한 경쟁이라고 항변해왔다. 1위 발표 없이 끝난 14일 방송이 결국 사전투표 논란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엑소 팬들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

제작진은 비공개 녹화분량이 많아 1위를 발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사전투표가 방송 중에도 진행되는데 이를 방송에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15일 방송 홈페이지를 통해 1위를 공지하겠다고도 밝혔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빅뱅 팬들은 빅뱅에게 1위 트로피를 주기 싫어서 제작진이 꼼수를 쓴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전 빅뱅이 ‘인기가요’ 1위 트로피를 받을 때 모든 멤버가 무대에 올라오지 않은 것에 대한 뒤늦은 보복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엑소 팬들의 불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빅뱅과 엑소의 과열 경쟁이 팬들의 피해의식을 낳고 음모론까지 키우는 형국이 됐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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