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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서 양지로... 무대 위로 올라온 ‘뮤지컬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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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서 양지로... 무대 위로 올라온 ‘뮤지컬 음악’

입력
2017.02.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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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4일 초연되는 ‘머더포투’

배우ㆍ피아노 외에 장치는 없어

창작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를 무대 가장 높은 곳에

“공연은 듣는 것이 아닌 보는 것

관객에 극이 갖는 재미 극대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와 현악6중주가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한다. HJ컬쳐 제공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와 현악6중주가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한다. HJ컬쳐 제공

음악이 없으면 뮤지컬도 없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음악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 연주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 무대 아래를 숙명과도 같은 제 위치로 여긴다. 요즘엔 달라졌다.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 올라 ‘보이는 음악’을 지향한다. 뮤지컬 음악이 청각을 자극하는 임무를 넘어 시각까지 책임지는, 공감각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무대 위에 등장한 대표적인 악기는 피아노다. 극에 재미를 더하면서 뮤지컬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내달 14일부터 서울 동숭동 대명문화공장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머더포투’는 두 명의 배우와 피아노가 함께하는 공연이다. 무대 장치도 피아노 외에는 아예 없다.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얼개로 형사와 용의자들과의 실랑이를 그렸다. 두 명의 배우가 13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미국 원작 무대에서는 배우 두 명이 피아노까지 직접 연주해 연기나 안무보다도 피아노 연주를 우선으로 삼는 독특한 공연이었다. 한국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를 따로 투입해 연기와 연주 각 분야의 집중력을 높였다.

‘머더포투’의 황재헌 연출가는 “그 동안 뮤지컬 공연은 무대 위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이러한 ‘가상화’는 힘을 잃었다”며 “오히려 무대 위 모든 행위가 ‘공연’이라는 걸 드러내면서 극이 갖는 재미를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피아노가 등장하는 뮤지컬 '머더포투' 미국 무대 장면. 머더포투 홈페이지
피아노가 등장하는 뮤지컬 '머더포투' 미국 무대 장면. 머더포투 홈페이지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이해 공연하는 뮤지컬 ‘쓰릴미’는 피아니스트가 무대로 올라오는 이색 뮤지컬의 원조나 다름없다.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아동 유괴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두 남자의 관계와 심리를 담은 2인극이다. 악기는 피아노뿐이다. 제작사 달컴퍼니의 관계자는 “피아노 연주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배역들의 감정선까지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피아노를 무대에서 숨길 이유가 없었다”며 “두 명의 배우가 주는 에너지에 피아니스트의 에너지까지 더해져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쓰릴미’는 피아노를 무대에서 굳이 감추지는 않지만 피아노 위치가 눈길을 끌만한 곳은 아니다. 지난해 초연한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다르다. 적극적으로 피아니스트를 드러낸다. 무대에 경사를 설치해 피아노가 무대 가장 높은 곳에서 관객을 내려다보도록 했다.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의 일화를 다뤄 피아노가 갖는 의미가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라흐마니노프’의 오세혁 연출가는 “피아노 연주가 마치 라흐마니노프 마음처럼 보이도록 ‘마음 속 피아니스트’를 연출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에는 피아노 두 대가 등장한다. 배우가 연주하는, 무대 앞쪽 업라이트 피아노는 아랫부분이 해체 돼 라흐마니노프의 불안정한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뒤쪽의 그랜드피아노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한다.

이달 초연된 창작뮤지컬 ‘광염소나타’도 음악이 극의 주요 소재로 작용한다. 김동인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 우연히 목격한 죽음을 계기로 살인을 할수록 놀라운 악상이 떠오르는 한 작곡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하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 등장인물을 대변하듯 음악을 연주한다.

황재헌 연출가는 “공연은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인 만큼 당연히 공연 음악도 들리기 이전에 보여야 하는데 무대 위 피아노 배치는 이러한 의도가 녹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흐마니노프’에 이어 쓰릴미 10주년 공연에서 무대 위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범재 피아니스트는 “음악에 드라마를 담는 전달 방식은 나도 제일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라며 “클래식 연주에서 느끼던 갈증을 뮤지컬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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