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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된 동생 옆에서 큰딸 5시간 동안 흉기로 위협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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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된 동생 옆에서 큰딸 5시간 동안 흉기로 위협 '지옥도'

입력
2015.01.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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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딸 목 찌른 후 목 졸라 살해, 영상통화로 아내에 시신 공개

23시간의 안산 인질극은 악몽이었다. 동생 시신을 옆에 두고 5시간 동안 흉기로 위협받은 큰딸은 정신적 충격에 실어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김씨는 의붓딸을 흉기로 수 차례 찌른 후 다시 목을 졸라 살해했고 영상통화로 시신을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경찰이 14일 인질범 김모(46)씨의 진술과 통화내역, 생존자들의 짧은 진술 등을 바탕으로 밝힌 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12일 오후 3시30분쯤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의 한 다세대주택 3층 문을 두드렸다. 별거 중인 아내 A(44)씨의 전 남편 박모(49)씨가 자녀들과 함께 사는 집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A씨가 휴대전화를 계속 받지 않자 A씨의 딸들 전화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려는 속셈이었다. A씨가 수신거부를 해 둔 것은 알지 못했다.

당시 집 안에는 박씨의 지인 이모(32ㆍ여)씨가 혼자 있었다. 김씨는 이씨를 결박해 작은 방에 감금했다. 김씨는 오후 9시쯤 집에 들어오던 박씨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도주하려 하자 미리 챙겨둔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시신은 욕실에 방치했다. 이후 둘째 딸(16)과 큰딸(17)이 들어오자 박씨는 준비해 둔 운동화 끈과 넥타이 등으로 두 손을 묶어 이씨와 함께 작은방에 가뒀다.

밤을 꼬박 새운 김씨는 13일 오전 9시까지도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큰딸의 전화로 A씨와 통화를 해 인질극 사실을 알렸다. 김씨는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그 사이 큰딸과 둘째 딸은 탈출을 시도하다 다시 붙잡혀 결박당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살 운명인가 보다. 전화만 받으면 살 운명이다”면서 오전 9시38분 자신의 휴대전화로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화가 난 김씨는 이 무렵 둘째 딸을 흉기로 찌른 뒤 수건을 덮고 또다시 목 졸라 살해했다. 애초에 경찰은 특공대 진입 당시 둘째 딸이 살아있었고 병원 치료 중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사망 시점을 정정했다.

큰딸은 작은방에서 무려 5시간여 동안 동생의 시신 옆에서 흉기로 위협당한 채 인질극의 희생양이 됐다. 김씨는 낮 12시45분 영상통화로 살해된 둘째 딸의 모습을 3초간 A씨와 경찰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경찰은 이때 처음 인명피해 사실을 확인했고, 두 딸 외에 다른 여자 목소리가 감지된 것을 근거로 인질이 더 있다는 것도 파악했다. 이후 자수하겠다던 김씨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은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특공대를 투입해 김씨를 검거하며 상황이 종료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인질극은 생존자를 안전하게 구출하는 게 작전의 가장 큰 목표였다”면서 “이들은 아직 제대로 대화를 못할 정도여서 수사보다는 보호와 치료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사건 경위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질살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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