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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런 가게엔 가지 않겠다

입력
2018.01.14 13:5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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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 관한 보수 언론과 경제지의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때때로 이들은 연구자의 설명까지 왜곡하며 최저임금 인상률이 아무 근거 없이 결정됐고 정책적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비난한다. 겉으론 정론지를 표방하지만, 일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전문가의 설명을 잘못 이해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하더라도, 그 역시 문제다. 다른 이의 말과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어떻게 기자로서 자격이 있다 할 수 있겠는가.

최저임금 인상은 1990년대 후반 이래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다. 이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저소득층의 상황은 악화되고, 단기적 현상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지속성이 나타났다. 어떤 지표로 측정하든 최근의 소득 불평등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높게 나타난다. 이 점을 부인하는 전문가는 없을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소득 불평등 증가의 주된 요인은 노동시장에서의 근로소득 불평등의 확대인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계층별 시장소득 점유율의 추이는 저소득층으로 귀속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소득분배율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73.4%였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0년에는 64.2%까지 약 9%p 하락했는데, 그 영향은 전적으로 하위 집단에 집중되었다. 먼저, 임금 최상위 10% 집단이 순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3.6%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계속 상승하여 2007년 이후에는 2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1995년부터 2012년 사이에 임금 상위 10~20% 집단의 노동소득분배율은 9.3%에서 11.0%로 상승했고, 임금 상위 20~30% 집단의 노동소득분배율도 7.3%에서 7.8%로 약간 상승했다. 그러나 임금 하위 70% 집단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5년 23.9%에서 2012년 13.9%로 10%p 하락했다. 즉,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한 것은 임금 하위 70% 집단이 가져가는 몫이 줄었기 때문이다(홍민기, “노동소득분배율과 개인소득”, ‘노동소득분배율과 경제적 불평등’, 한국노동연구원, 2014).

따라서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그 대표적 정책 방안이 최저임금의 인상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와 노동시장의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노동은 사회를 움직이는 토대이고 스스로의 인격을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하며 일하기를 권유한다. 우리 스스로 이 말을 믿는다면, 일하는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이 상황을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최저임금을 그대로 둬도 상관없지만, 청년들에겐 비정규직으로 일하지 말고 작은 회사엔 취직해선 안 된다고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임대료 등 불로소득을 얻는 직업을 구하라고 해야 한다.

최근 코스트코 구인 광고를 캡처한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광고에서 코스트코는 아르바이트의 시급을 1만원으로 정하고, 법정 근무시간을 초과할 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며 업무 성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알렸다.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인력을 줄이고 근로계약을 멋대로 바꾸라고 부추기며, 그런 일을 저지른 기업을 마치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떠받치는 동안, 외국계 회사는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 것이다. 한국 언론과 자본주의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나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같이 일하던 사람을 쉽게 줄이는 그런 가게엔 가지 않고, 그런 기업의 물건은 사지 않겠다. 거친 시장 논리가 뒤덮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혁신의 기회로 삼고 근로자를 존중하는 그런 가게와 기업을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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