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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찰턴 헤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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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찰턴 헤스턴

입력
2008.04.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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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8일자 이 난에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21세기 들어 차례로 우리 곁을 떠난 20세기 클래식계의 거장들이 떠올라 잠시 추억에 젖었었다. 그제는 미국 영화배우 찰턴 헤스턴이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한결 더하다. 그의 대표작 <벤허(1959년 )>를 케이블방송으로 또 본 것이 불과 며칠 전이었다. 그런데 191m의 그 시원시원한 거한이 알츠하이머병 앞에서 그렇게 가다니 인간의 나약함이 새삼스러워진다.

■ 그나마 아내 리디아가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으니 참 행복한 사나이다. 리디아는 스무 살 때인 1944년 같은 대학(노스웨스턴대)에 다니다가 만나 결혼했다. 캠퍼스 커플로 64년을 살아온 조강지처다. 그 난잡한 할리우드에서 찰턴 헤스턴은 별다른 스캔들 없이 평생을 한 여자와 살았다.

덕분에 모세 같은 성경 속의 인물 역을 많이 많았던 그로서는 이미지를 흐리지 않았으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정치적 언행 면에서는 처음에 베트남전 반대, 총기 규제, 인권,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이다가 말년에 가면서 우파 성향으로 돌아섰지만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품위를 구기는 법은 없었다.

■ 그러고 보니 20세기를 풍미한 할리우드의 명배우들이 근래 몇 년 사이에 많이들 세상을 버렸다. 진지한 연기파 배우 리처드 위드마크가 지난달 27일 향년 93세로 별세했다.

작년에는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 버트 랭카스터와 함께 길이 잊을 수 없이 강렬한 해변 키스신을 연출한 데보라 카가 86세로 사망했다. <졸업>에서 풋내기 대학생 더스틴 호프만을 유혹하는 로빈슨 부인 역으로 퇴폐미의 진수를 과시한 앤 밴크로프트도 2005년 74세로 숨졌다. <대부>만으로 그의 연기를 논하기에는 너무도 엄청난 배우였던 말론 브랜도는 2004년 80세로, 지적인 연기파 여배우 캐서린 헵번은 2003년 96세로 사망했다.

■ 젊은 세대는 앞에 나열한 배우들을 잘 모를지 모르지만 20세기의 기억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이다. 그런 배우들 덕분에 밋밋하고 힘겹기만 할 뻔했던 우리네 삶이 그나마 가끔씩은 감동으로, 긴장으로, 웃음으로, 즐거움으로 약동했다. 요즘 인기 있는 꽃미남 스타일의 배우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다시 또 한 세기가 지났을 때 그때 가서 21세기의 기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배우들은 계속 탄생할 것이다. 우리 곁을 떠난 명배우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미래의 배우들에게 건투를 빈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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