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아름 기자

등록 : 2017.09.15 17:00
수정 : 2017.09.15 17:05

휴업 앞둔 사립유치원 학부모들, 여기저기 ‘보육 구걸’

"전업맘에 상품권 선물하며 부탁" "계약직은 휴가 상상도 못 하는데..."

등록 : 2017.09.15 17:00
수정 : 2017.09.15 17:05

1차 휴업 하루는 버틴다 해도

1주일 내내 예고된 2차 휴업은 어쩌나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모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의 국ㆍ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와 사립유치원 재정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오는 18일과 25~29일 동맹휴업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친정도 시댁도 다 지방이라 아이를 맡길 수가 없어요. 가뜩이나 회의와 업무량이 많은 월요일에 연차를 쓰는 것도 쉽지 않고요.

도대체 맞벌이들은 어쩌라는 거죠?”

경기 지역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워킹맘 김모(35)씨는 코앞으로 다가온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1차 18일, 2차 25~29일)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다행히 전업주부인 같은 유치원 학부모가 아이를 봐준다고 했지만 김씨는 이마저도 눈치가 보여 1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이라도 건넬 생각이다. 그는 “18일이야 이렇게 넘긴다 해도 1주 일 내내 이어지는 2차 파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당국의 엄정 대응 예고에도 사립유치원들이 휴업 강행 의사를 고수하면서 학부모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직장 눈치에 휴가를 쓰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조부모나 친지, 동네 전업주부들에게 급한 대로 ‘SOS’를 요청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눈치가 보인다”며 ‘보육 구걸’의 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계약직이나 파트타임 등 정규직에 비해 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학부모들의 속앓이는 더 심하다. 학부모 방모(36)씨는 “추석 연휴에도 며칠간 출근해야 하는 처지에 휴가는 꿈도 못 꾼다”며 “연로하신 시부모님께 맡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각 시ㆍ도교육청이 휴업 기간 인근 국ㆍ공립유치원과 연계해 ‘임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학부모들의 관심은 저조하다. “안 그래도 원아들이 꽉 찬 국ㆍ공립유치원에 맡겼다가 아이가 소외 당할 지 모른다”는 걱정에 국ㆍ공립유치원 학부모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실제로 15일 현재 각 교육청에 접수된 ‘임시 돌봄 서비스’ 신청 현황을 보면 서울(사립유치원 총 원아 수 7만여 명)의 경우 113명에 불과하다. 사립유치원 총 원아 수가 15만여명에 달하는 경기 지역도 신청자가 1,200여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서울시와 경기도교육청은 애초 14일로 예정됐던 신청 기한을 17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학부모 윤모(37)씨는 “국ㆍ공립에서도 기존 원아들에겐 급식을 주지만 사립 원아들에겐 도시락을 제공한다는 얘길 듣고 마음을 접었다”며 “국ㆍ공립 학부모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게 될까 봐 취업 준비생인 동생에게 용돈을 주고 아이를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에도 사립유치원들이 휴업을 하루 앞두고 전격 철회한 적이 있는 만큼 이를 기대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측은 “교육부가 사립유치원들에게 최소한의 믿음을 주지 않는 이상 입장 변화가 없다”며 휴업 강행 의지를 밝힌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도 “불법 휴업 강행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혀 양측 간의 평행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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