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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인 李 “사익 위해 朴에 부탁한 적 없는데… 정말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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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인 李 “사익 위해 朴에 부탁한 적 없는데… 정말 억울”

입력
2017.08.0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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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검은 양복에 부쩍 긴장

입술 만지며 초조하게 진행

“제 탓이지만… 오해 풀어달라”

박영수 특검 “범행 은혜 위한

관련자 조직적 허위 진술” 지적

이재용, 박 특검과 악수 나누자

일부 방청객 “무슨 악수냐” 고성

법정 안팎서 소란 행위 잇달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사익을 위해서나 제 개인을 위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든지, 기대를 한 점은 결코 없다.” (이재용 부회장)

“피고인들이 대통령 요구에 따라 준 돈은 박 전 대통령의 직무상 도움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교부된 뇌물임이 명백하게 입증됐다.”(박영수 특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마지막까지 첨예하게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모든 게 제 탓”이라고 눈물을 쏟았다.

이날 오후2시 결심공판이 열린 311호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검은 양복을 차림에 평소 부쩍 긴장한 표정이었다. 재판이 시작되자 입술을 만지거나 변호인과 짧은 귓속말을 나누며 특검의 구형 절차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눈치였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뒤 최후진술 기회를 얻은 이 부회장은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구속 수감된 지난 6개월 동안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자신을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고 입을 뗀 이 부회장은 특검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자책했다. 이 부회장의 눈물은 그가 삼성을 일군 선대 회장들과 임직원들을 언급하면서 터졌다.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 모든 임직원 선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창업자인 선대 회장님 뒤를 이어 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노심초사해왔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이 부회장은 수 차례나 말을 잇지 못해 물을 먹어가며 목소리를 다듬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한가지만 꼭 말씀 드려야겠다”며 “개인을 위해서 박 전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 점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국민들의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면서 제 욕심을 내겠느냐”고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향후 삼성의 대표 경영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까지 밝히며 “이 오해만은 꼭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도 이 부회장을 도와 특검이 주장하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송우철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시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특검이 공판과정에서 제출한 정황증거들로써 인정될 수 있는 간접사실을 모조리 다 모아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도저히 뒷받침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을 ‘성립할 수 없는 말을 억지로 끌어와 자기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견강부회’로 표현했다.

이에 맞서 특검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재판부에 엄벌을 요구했다. 이 부회장 측의 진술에 앞서 구형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출석한 박영수 특검은 이번 사건의 의미를 또박또박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은 경제계의 최고 권력자와 정계의 최고 권력자가 독대 자리에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하는 큰 틀의 합의를 하고,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정부부처 등이 동원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정해지며 진행됐다”고 밝혔다. 삼성과 박 전 대통령의 정경유착 고리가 다른 재벌기업보다 강하게 형성됐고, 삼성 관련자들이 이 부회장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지적하는 부분에선 목소리에 힘이 잔뜩 실리기도 했다. 박 특검은 또 “최근 기업 비리 사건들을 살펴보면 범행 당시부터 사후에 문제가 될 것을 대비하여 허위 용역 계약 등의 방법을 동원해 범죄를 숨기는 경향이 확인된다”며 “이 사건도 범행 은폐를 대비하여 허위 용역 계약 등을 사전에 만들어 둔 것은 아닌지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일부 방청객들의 소란행위도 벌어졌다. 이 부회장의 최후 진술 도중 소리 내 울며 “힘내세요”라고 외친 한 방청객이 퇴정을 당하는가 하면, 퇴장하는 이 부회장이 박 특검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무슨 악수냐. 정말 이게 나라냐, 이게 재판이냐”고 특검과 재판부를 향해 비난을 쏟았다.

법정 밖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소란이 이어졌다. 결심 재판이 시작되기 10여분 전인 오후1시48분쯤엔 법원에 출석하는 박 특검에게 물병을 던지며 항의했다. 또 지지자 중 일부는 방청을 온 한 시민단체를 향해 “빨갱이들은 북한으로 가라” “너네가 뭔데 여기를 오느냐” 등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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