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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는 펜스, 김계관은 볼턴… 북한, 미국 매파 ‘맨투맨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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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는 펜스, 김계관은 볼턴… 북한, 미국 매파 ‘맨투맨 저격’

입력
2018.05.24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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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릴레이 개인담화

김계관의 볼턴 공격 열흘도 안 돼

최, 리비아모델 거론한 펜스 향해

“북미회담 재고려…美 처신에 달려”

개인 명의로 회담 영향 줄이고

美 강경파 입김 사전 차단 포석

판 깨기보다 살리려는 의도로 분석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내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대미 협상가들을 앞세워 미국 정부 내 대북 강경파들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나섰다. 특히 핵 포기 뒤 정권이 무너진 리비아를 거듭 거론하는 행태를 체제 모독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협상 상대를 존중하라는 요구란 분석이 일단 우세하지만 여전히 첨예한 양측 간 대립 양상을 드러내는 징후라며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낸 담화는 액면만 보면 전날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담 연기 가능성 시사를 겨냥한 ‘맞불’처럼 보인다. 담화 말미에서 최 부상은 미국이 계속 무례하게 나올 경우 회담을 재고려하자는 의견을 최고 지도부에게 제기하겠다고 경고했다. 그가 문제 삼은 건 ‘리비아 전철(前轍)’ 등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최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그러나 회담 재검토를 언급한 게 최 부상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역시 리비아 식 비핵화를 운운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맹비난하며 회담 개최 합의 번복 가능성을 처음 거론했다. 최 부상과 마찬가지로 개인 명의 담화 형식을 통해서다.

북한의 대응은 ‘맨투맨 마크’ 형태다. 볼턴 보좌관을 콕 집은 김 제1부상의 공격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랴부랴 수습하는 성의를 보였는데도 다시 미 행정부 2인자인 펜스 부통령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이번에는 최 부상이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요격에 나선 형국이다. 그래서 협상에 미치는 강경파의 입김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계관과 최선희의 담화는 미 강경파들에게 입 단속을 하라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 부상 담화가 글 내용처럼 정말 회담 판 자체를 깨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 강경파를 겨냥한 개인 명의의 담화라는 형식이나 ‘제발 리비아 얘기 좀 하지 말라’는 글 내용이 모두 김 제1부상 담화와 판박이”라며 “판을 엎겠다는 경고라기보다 판을 살리기 위한 요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국가끼리 동등한 지위에서 하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들을 열등한 국가로 폄하하는 특정 당국자의 부적절한 언사에 항의하면서도 북미관계 전체에 영향을 주는 일은 피하겠다는 게 최 부상 속내”라고 했다.

협상 주도권 확보를 위한 낮은 수위 신경전에 불과하다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핵 협상 베테랑이지만 존재감이 희미해진 지 오래인 김 제1부상과 달리 최 부상이 이번 북미 협상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는 점에서다. 그는 올해 외무성 국장에서 부상으로 승진했고 이달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다롄(大連) 방문도 수행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핵 무력을 완성한 자신들은 리비아가 아니니 리비아처럼 취급하지 말라’는 최 부상의 언급이 미국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지 말라는 주장이라면 내달 12일 회담 성사가 어려울 수 있다”며 “강경파 비난에 회담이 잘못되면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명분 쌓기의 의도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비관적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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