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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바다가 옆집, 하늘이 윗집... 신혼집 말고 캠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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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바다가 옆집, 하늘이 윗집... 신혼집 말고 캠핑카

입력
2018.03.15 14:0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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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집, 밴라이프

김모아·허남훈 지음

문학동네·328쪽·1만6,800원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새로운 거주 방식이 뜨고 있다. 여행의 욕구와 거주의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캠핑카 생활, 일명 ‘밴라이프’다. ‘밴라이프’는 여행과 일의 경계를 허물고 삶을 여행처럼 즐긴다. 단순히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캠핑카에서 먹고 자고 씻고 일도 하는 일상이 펼쳐진다.

한국에서도 ‘밴라이프’에 도전한 부부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뮤지컬 배우에서 지금은 뮤직비디오와 CF 스토리 작가로 활동 중인 김모아 작가와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 혼성그룹 어반자카파의 ‘둘 하나 둘’ ‘미운 나’ 등 다수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허남훈 뮤직비디오 감독이다.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고 살아가던 젊은 부부는 허 감독이 내내 품고 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실행하기로 한다. 1년간 캠핑카를 타고 원 없이 여행을 해보기로 한 것. 김 작가는 ‘밴라이프’에 나서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젊은 시절에는 노후를 준비한답시고 젊음을 양보하고, 노인이 되어서는 젊은 날을 후회하거나 질투하며 그때가 좋았지, 혀를 차는 그런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았다.”

'밴라이프'. 문학동네 제공
'밴라이프'. 문학동네 제공
'밴라이프' 표지. 문학동네 제공
'밴라이프' 표지. 문학동네 제공

‘밴라이프’는 집안을 비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몇 달 전부터 주방 식기, 그릇을 주변에 나눠주고 코펠로 밥을 해 먹으며 불편함을 일상으로 끌어왔다. 책을 헌책방에 기증하고 낡은 옷을 버리며 무거워진 삶을 다이어트했다. 1종 면허를 딴 후 집을 내놓고, 인테리어를 마친 밴에 간소한 짐들을 챙겨 넣으니 대략 준비가 끝났다.

지난해 3월 17일 ‘밴라이프’를 시작한 두 사람은 1년간 7만5,000여장의 사진을 찍으며 밴에서의 생활과 ‘모험담’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전남 해남 송호리 해수욕장, 경북 안동의 시장, 충북 제천의 호수, 지리산 캠핑장 등 전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몸으로 느꼈다. 밴에 달린 조그마한 창문은 움직이는 그림이 됐다. 매일 바뀌는 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밴라이프’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유유자적 여행만 즐긴 것이 아니다. 바다를 내 집 정원으로, 가을의 억새밭을 사무실로 만들어버린 이들은 ‘미니멀라이프’와 ‘디지털노마드’를 동시에 시도하면서 새로운 삶의 대안을 제시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촬영한 영상을 양양에서 편집하고, 강원도에서 촬영한 광고를 완도에서 편집하는 식으로 여느 때보다 성실하게 일했다. 일상의 70%를 일로 채웠지만, 여유로움 속에서 여행과 생활과 일의 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 불편함조차 낭만이 되는 생활을 통해 이들은 ‘밴라이프’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삶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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