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교토의정서 오늘 공식 발효/ "지구 온난화 막자" 국제공조 첫 발

알림

교토의정서 오늘 공식 발효/ "지구 온난화 막자" 국제공조 첫 발

입력
2005.02.16 00:00
0 0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16일 공식 발효된다. 협약을 주도해온 유럽에선 "인류가 비로소 깨어났다"는 말이 나온다. 처음으로 녹색 지구를 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의정서 채택 이후 7년이 지나도록 실효성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절름발이 출발을 했다는 지적도 따라다니고 있다.

이산화탄소 등 6종류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국제협약에는 141개국이 비준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비준해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55개국 이상의 비준’이란 발효조건이 충족됐다.

의정서 발효로 감축되는 온실가스는 1990~2010년 세계 온실가스 증가분의 10%로 분석된다. 1차 의무감축 대상국인 38개 선진국은 2008~2012년 전체 배출량을 90년 대비 5.2%까지 줄여야 한다.

유럽연합(EU) 8%, 일본은 6%, 캐나다는 6%를 감축해야 한다. 개도국이 대상인 2차 의무감축은 2013~2017년에 이뤄진다. 2002년 11월 의정서에 비준한 한국은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지만 개도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가스배출 규제가 경제논리와 맞물리면서 양상은 복잡해져 있다.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면서 전체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하는 미국은 이탈했다.

이 문제는 향후 의정서 발효를 주도한 EU와 미국간 통상문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선·후진국간 이해충돌도 풀어야 할 과제다. 향후 8년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개도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97년 기준으로 38%, 2020년에는 50%를 차지한다. 미국은 중국 인도 등을 규제하지 않는 조치는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의정서 이행으로 2100년까지 기온상승을 0.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예상 역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기온이 20세기 들어 급격히 상승했다는 환경론자들의 ‘하키 스틱’ 이론도 과장됐다고 지적한1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 향후 전망·대응/ 車·전자제품·반도체 등 유럽수출 비상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교토의정서 1차 의무부담기간(2008~12년) 이행국에 포함되지 않지만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세계 9위임을 감안할 때 2차 의무부담기간(2013~17년) 이행국에 편입될 것이 확실시 된다. 이 경우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을 질 수 밖에 없어 사회경제적 파장이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유럽연합은 향후 5년 내 자동차, 전기전자제품, 반도체 등 국내 수출상품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 온실가스 규제 영향과 문제점 = 자동차는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높이지 못할 경우 2010년 이후 유럽수출이 불가능할 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999년 한국자동차협회가 유럽연합과 맺은 자율협정에 따르면 수출차량은 2009년까지 주행거리 1㎞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140g이하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산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평균 170g수준.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가 저공해자동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나 2009년까지 기술개발을 해내 유럽 환경장벽을 넘을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동차 협회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입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산을 맞출 수 없다"며 "기술개발을 위한 총력지원이 없으면 60만~70만대에 달하는 유럽수출이 끊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과의 자율협정에 따라 반도체도 2010년까지 과불화탄소 배출량을 10%까지 감축해야 하며 전기전자제품도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친환경 설계를 요구받고 있는 등 전방위적인 온실가스 규제 움직임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의무부담 이행국에 편입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선진국 또는 선진국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 10% 감축(1990년 기준)을 위해 2014년 24조원, 2020년에는 최대 29조원 가량의 비용부담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연구원 이부영연구위원은 "한국은 선진국의 청정개발사업 선점으로 인한 불이익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 거래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 및 산업계 대응 = 정부와 업계는 에너지이용 효율화 방안과 신·재생 에너지 개발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기후변화협약 대책위원회에서 선정한 90개 과제에 3년간 21조5,000억원을 투입해 온실가스 배출절감 및 청정기술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철강, 화학, 시멘트, 제지업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3만톤 이상인 업종을 중심으로 배출권 거래제를 시범실시하고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에 대해 향후 3년간 에너지 소비 총량제를 시행키로 했다.

산림청은 2022년 국내 탄소배출 예상량 2억4,500만톤의 3% 가량인 730만톤을 흡수하기위해 숲가꾸기사업 등을 통해 625만㏊의 산림을 조성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철강, 정유, 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업체를 중심으로 친환경 제철공법, 청정에너지 및 저공해자동차 등 다각적인 기술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고주희기자orwell@hk.co.kr

■ 문답풀이/ 한국은 개도국 분류, 2013년 적용

1997년 체택된 이후 우여곡절끝에 8년만에 발효되는 교토의정서의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 온실가스란 = 지구온도를 상승시키는 6가지 종류의 규제 대상 가스를 말한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쓰레기 매립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메탄(CH4), 비료에서 방출되는 아산화질소(N2O), 냉장고 히터 등을 쓸 때 발생하는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이 그것이다.

◆ 교토의정서란 = 국제사회가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채택한 것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행동 목표를 정했다. 세계 1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의 탈퇴로 실행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 대국인 러시아가 최근 비준함에 따라 16일 공식 발효되게 됐다. 현재 교토의정서는 141개국,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61.6%를 차지하는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

◆ 주요 내용은 = 1차 의무이행대상인 선진 39개국은 2008~2012년 온실가스 배8출량을 기준년도인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유럽연합은 8%, 일본 6% 등의 목표수치가 부과됐다. 2012년에는 항공기 선박으로 대상을 확대해 더 큰 폭의 배출량 삭감 방안이 추진된다. 한국을 비롯 개도국의 감축은 2013~2017년으로 미뤄졌다.

◆ 배출가스 못 줄이면 = 과학자들은 2100년의 지구 기온이 지금보다 1~3.5도 올라가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1990년보다 15~95cm 상승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교토의정서 안 지키면 = 1차 의무이행기간에 감축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2차 의무이행기간 동안 별도로 못 채운 감축량의 1.3배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인도는 규제하지 않고 선진국에만 경제적 타격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탈퇴해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동그란기자 gran@hk.co.kr

■ 온실가스 적은 나라, 他국가에 배출권 팔아 ‘배출권 거래’ 산업 뜬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배출권거래’(Emission Trading) 비즈니스가 급부상할 전망이다.

배출권거래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국가에 배출 허용량을 부여한 뒤 한도를 넘는 경우 정해진 양을 다 쓰지 못한 국가와 그 배출권을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산업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배출권거래는 2007년에는 약 110조원의 시장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장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쪽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이미 지난달부터 자체적인 유럽 배출권거래제도를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배출권거래가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2008년이전에 경험을 축적해 세계 배출권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산이다. 또 독일의 에너지거래소(EEX)는 지난해 10월부터 유럽배출권거래가격을 지수화해 매일 발표하고 있으며, 곧 현물거래도 할 예정이다. 현물거래가 시작되면 유럽에서만 약 30조원 규모의 시장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체코 헝가리 등의 동구권국가들은 자신들의 배출권을 팔아 경제를 재건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일본의 대응도 적극적이다. 정부계 금융기관과 도요타 등 33개 기업·단체는 지난해 12월 ‘일본 온난화가스 삭감기금(JGRF)’을 설립했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유망사업에 1억 4,15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 뒤 이들로부터 배출권을 얻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박상진기자okom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