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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 앙리, 메시의 후예들이 한국에서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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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 앙리, 메시의 후예들이 한국에서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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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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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4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축구는 ‘차범근’(64ㆍ전 수원 삼성 감독)이라는 이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대회였다. 고려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차범근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인도네시아와 8강, 홈팀 태국과 준결승에서 잇달아 결승골을 터뜨렸다. 차범근은 이 같은 맹활약을 바탕으로 곧바로 국가대표로 ‘월반’해 1주일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A매치(국가대항전) 136경기에서 58골을 넣은 ‘차붐 전설’의 시작이 바로 청소년 대회였다. 당시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가 만들어지기 전이라 ‘차붐’은 아쉽게도 세계 대회 출전 기록은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977년 튀니지에서 제1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200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으로 명칭을 바꿔 지금까지 2년 주기로 한 번도 빠짐없이 열렸다.

오는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수원과 전주, 제주, 천안, 인천, 대전, 6개 도시에서 열리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9일로 개막 D-100을 맞는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이슈에 가려져 있지만 U-20 월드컵은 역사와 규모, 수준 면에서 성인월드컵 다음 가는 메이저 대회다. 2013년 터키 대회는 207개국에 생중계됐으며 2015년 뉴질랜드 대회는 전 세계 1억8,000만 명이 시청했다. 최다우승국은 아르헨티나(6회)며 브라질(5회)이 뒤를 잇는다. 한국은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이 최고 성적이다.

2011년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1979년 디에고 마라도나, 2005년의 리오넬 메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FIFA 홈페이지
2011년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1979년 디에고 마라도나, 2005년의 리오넬 메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FIFA 홈페이지

우선 U-20 월드컵은 ‘스타 등용문’이다. 유망주들이 초일류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꿈의 무대’다.

1979년(일본) 디에고 마라도나(57ㆍ아르헨티나), 1991년(포르투갈) 루이스 피구(45ㆍ포르투갈), 1995년(카타르) 티에리 앙리(40ㆍ프랑스), 1997년(말레이시아) 라울 곤살레스(40ㆍ스페인), 2005년(네덜란드) 리오넬 메시(30ㆍ아르헨티나), 2011년(콜롬비아) 하메스 로드리게스(26ㆍ콜롬비아) 등 전 세계 축구를 주름 잡은 선수들이 모두 U-20 월드컵을 통해 배출됐다.

U-20 대표팀 당시 앳된 모습의 박주영과 이청용, 기성용.(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U-20 대표팀 당시 앳된 모습의 박주영과 이청용, 기성용.(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한국도 마찬가지다. 김종부(52ㆍ경남FC 감독)와 신연호(53ㆍ단국대 감독)는 1983년 멕시코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지만 4강 신화를 달성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2003년(UAE) 박주영(32ㆍFC서울), 2007년(캐나다)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과 이청용(29ㆍ크리스탈 팰리스), 2009년(이집트) 구자철(28ㆍ아우스크부르크), 2013년(터키) 권창훈(22ㆍ디종) 등도 U-20 월드컵을 통해 발군의 기량을 선보인 뒤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범근 전 감독은 “스무 살은 배우는 것을 모두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나이다. 이 나이에 국제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면 실력이 수직 상승한다. 우리가 청소년 월드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주축으로 뛸 ‘미래의 스타’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평가전을 하고 있는 바르셀로나B의 백승호(가운데). 신태용호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 중 하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평가전을 하고 있는 바르셀로나B의 백승호(가운데). 신태용호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 중 하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국내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4강 신화 재현을 꿈꾼다.

한국은 지난 달 16일부터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소화한 뒤 7일 귀국했다. 신 감독은 포르투갈 전훈에서 백승호(20)와 이승우ㆍ장결희(이상 19) 등 ‘바르셀로나 3인방’의 기량을 점검했다. 그는 귀국인터뷰에서 “최종 엔트리의 70% 정도가 완성됐다”며 “아직 2% 부족한 부분이 있다. 남은 기간 훈련을 통해 채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대회는 24개국이 참가하는데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12개 팀의 출전이 확정됐다. 나머지 12개 팀이 결정된 뒤 3월 15일 수원에서 조 추첨식이 예정돼 있다.

이어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수원과 천안, 제주에서 ‘테스트이벤트’로 한국 등 4개국 친선대회가 열린다. 모두 본선 출전국이 참가할 예정이라 신태용호의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5월 5일 최종명단을 제출하고 나면 5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막전이 열린다. 6월 11일 펼쳐질 결승전 장소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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