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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억압을 거부하고 불의를 고발한 ‘이렇게 멋진’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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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억압을 거부하고 불의를 고발한 ‘이렇게 멋진’ 여성들

입력
2018.03.23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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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에 처음 대항한 조피 숄 등

30개 나라 40편 여성이야기 조명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 표지. 티티 제공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 표지. 티티 제공

세계 곳곳의 너무 멋진 여자들

케이트 샤츠 지음ㆍ이진규 옮김

티티ㆍ120쪽ㆍ1만5,000원

대한민국은 지금 ‘미투(#Me Too)’ 운동이 한창이다. 용기를 낸 여성들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다. 1,000년 전 고대에서부터 여성들은 전통을 거부하고 규칙을 부수고 불의를 고발하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때로는 억압과 불신을 조장하는 국가에, 때로는 탄탄하고 견고한 남성중심의 사회에 반기를 들고 겁 없는 역사를 써왔다.

스물 한 살 나이에 반역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독일 여성이 있다. 조피 숄(1921~1943)은 나치가 지배하는 자국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했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뮌헨대학에 진학한 그녀는 오빠 한스와 함께 나치의 유대인 학살 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1942년 조피는 나치를 비판하는 선전물을 만들어 캠퍼스 구석구석에 뿌렸다. 이는 독일 내에서 나치에 대항한 최초 사례 중 하나였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구는 나치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러나 여섯 번째 선전물을 배포하다 체포돼 이른 죽음을 마주하게 됐다.

고릴라 가면을 쓰고 미국의 주류 미술계에 직격탄을 날린 여성 예술인들도 있다. 일명 ‘게릴라 걸스’다. 1984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은 예술가 169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17개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이었지만 대부분은 백인이었고, 여성은 겨우 17명에 불과했다. 여성 예술인들은 게릴라 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털이 복슬복슬한 고릴라 가면을 쓰고 공적인 자리에 나타나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남녀가 균등하게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 5%만이 여성 작가의 것이었고, 전체 작품의 85%가 여성 누드화거나 여성 조각상이었다. 게릴라 걸스가 움직였다. 머리에 고릴라 가면을 쓴 여자 누드화에 “여자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발가벗어야만 하나?”라는 슬로건을 넣어 광고판을 제작했다.

책은 너무도 유명한 멕시코의 아티스트 프리다 칼로를 비롯,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비너스와 서리나 윌리엄스 자매, 오랑우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동물학자 비루테 메리 갈디카스 등 30개 나라 마흔 편의 여성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의 위대한 여성을 언급한 부분은 없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많은 멋진 여성들’ 코너를 만들어 선덕여왕, 유관순 열사,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근대적 여권론을 펼쳤던 나혜석의 이름을 적었으니까.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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