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재판 증인으로 출석
“우병우, 최순실 법률 검토 문건 작성”
우병우는 “안종범이 부탁해 만들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최순실씨 비선실세 의혹이 보도된 후 최씨에 대한 법적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6일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관련 우 전 수석 공판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청와대 재직 당시 비선실세 의혹 보도 후 최씨에 대한 법률 검토 자료를 우 전 수석으로부터 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는 처음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설립할 때 최씨가 직원 인선과 모금에 관여한 것은 범죄가 안 되고, 형법상 직권남용죄 역시 주체가 공무원이어야 하기 때문에 최씨에게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 검토 내용이 담겨 있다. 횡령죄 소지가 있지만 아직 재단에서 돈이 무단으로 사용된 적이 없어 문제가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개최 전에 대통령 말씀자료를 만들면서 민정수석실로부터 이 같은 법률검토 문건을 받아 첨부자료로 붙여 대통령에게 올렸다고 증언했다.
당시 청와대 수석들이 박 전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비선실세 존재를 인정할 것을 건의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고도 말했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우 전 수석과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통령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김 전 수석이 먼저 비선실세를 인정하는 게 좋겠다고 했고, 증인도 강한 어조로 건의했지만 대통령이 ‘그걸 꼭 인정해야 하냐’고 말했다는데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개입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국민들 앞에서 비선실세를 인정할 정도로 비참한 상황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은 면담 이후 수석비서관 회의 말씀자료를 최순실씨 존재를 인정하는 버전을 포함해 여러 건 만들어 올렸지만, 비선실세 존재를 부정하는 문건이 최종적으로 결정됐다고도 설명했다. 이날 우 전 수석 측은 “안 전 수석이 우 전 수석에게 법률 검토 문건을 급히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은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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