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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범죄자 치료감호 병원 단 1곳… 사후관리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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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범죄자 치료감호 병원 단 1곳… 사후관리 안 돼”

입력
2018.07.10 14:07
수정
2018.07.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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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차단 약물로 치료 가능한 병

8일 경북 영양에서 경찰관이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 지난달 9일 포항의 한 약국에서 흉기에 찔린 여성의 사망 사건, 4월 28일 경기 하남 아파트에서 자녀 둘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해한 30대 가장 사건…. 모두 조현병을 앓고 있거나 조현병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관련 범죄를 줄이기 위해 조현병 환자 관리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리던 조현병은 망상, 환청 등이 특징이다. 최근 잇따른 조현병 관련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환자는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 같다는 환상에 빠지고, 이에 극단적으로 대항하면서 범죄가 발생한다.

안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선현 경감 빈소. 김 경감은 지난 8일 낮 12시 39분쯤 경북 영양읍 한 주택에서 난동을 부리는 주민을 막다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가해자는 조현병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안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선현 경감 빈소. 김 경감은 지난 8일 낮 12시 39분쯤 경북 영양읍 한 주택에서 난동을 부리는 주민을 막다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가해자는 조현병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높을까. 범죄심리분석관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조현병 자체가 범죄로 연결되는 건 일반인이 범죄자가 되는 것과 비슷한 비율이다. 일반 범죄나 강력 범죄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리가 되지 않는 조현병 환자들의 일부가 알코올 중독까지 앓게 되면서 폭력성이 강해지고,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배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조현병은 도파민 과다 분비가 원인이기 때문에 도파민 차단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이 치료를 받으면 범죄 위험성은 94% 감소하는 것으로 정신의학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관리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에 (조현병 범죄자) 치료감호를 할 수 있는 병원이 하나밖에 없다”면서 “지역사회 보건센터 같은 곳에서도 사후 관리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치료감호소에 자리가 없어 겉으로 보기에만 멀쩡하면 대부분 치료감호 기간이 종료되기도 전에 내보내는데, 이들을 사후 관리할 곳마저 없는 게 현실이다. 배 교수는 “완치가 됐다고 보증하지 못하는 상태로 나와서 많은 범죄를 일으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조현병 진단을 받지는 않았으나 의심이 되는 사람들은 국내 38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그야 말로 시한폭탄과 같다. 배 교수는 “정신병 전문가를 찾아가지 않고 그냥 숨겨두다가 주차 시비 같은 사소한 일로 욱해서 큰 사고로 변하는 사건, 이런 데서 38만명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조현병 의증 환자에 대한 적극적 관리를 정부에 촉구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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