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근무하면서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항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요즘 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 구간 속도위반 ‘과태료 폭탄’이 공포다. 상당수 직원이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루에만 두 건의 속도위반 과태료 부과 통지서가 날아든 경우도 적지 않다. 무려 9장의 고지서를 받은 인근 주민도 있다. 전국 최초로 영종대교에서 ‘가변형 단속구간’이 시행되면서 공항 주변 주민들까지 날벼락을 맞고 있다. 주민들은 “경찰 마음대로 제한 속도를 변경하면 우리가 어떻게 알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 가변형 단속 구간에서는 날씨에 따라 다른 제한속도가 적용된다. 비나 눈이 오거나 안개가 끼면 가시거리에 따라 제한속도를 시속 30ㆍ50ㆍ80ㆍ100km 등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의 시민은 제한속도가 수시로 변한다는 사실조차 잘 몰라 평소 속도로 달리다가 과태료 통지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영종대교 상황판에 당일 속도가 게시된다고는 하지만,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면 상황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내비게이션에 가변 제한속도 체계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 이 체계는 2015년 2월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 이후 논의를 거쳐 도입된 것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인천 경찰은 시행 이후 불과 한달 만에 이 구간에서 과속단속 건수가 2만1,700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특히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하루 수천 건에 이른다. 부과 액수만도 줄잡아 10억원을 넘는다니 분통을 터트릴 만하다. 인근 주민들도 잘 모르는데, 인천공항 이용객들이 제한속도 변경에 대해 알 리 만무하다. 취지는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당하는 시민들은 불쾌감을 넘어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 경찰의 편의주의적 행태가 시민의 분노를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달 전 일요일 아침에 모처럼 날씨가 좋아 산책하러 나갔다. 일산 신도시 주엽역 인근 그랜드백화점 앞에서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2차선 길을 무심코 건너 공원으로 왔는데 경찰이 나타나 무단횡단 과태료를 부과했다. 황당한 것은 “아침에 노인들 10명을 잡았다”는 자랑이었다. 숨어있다가 나타나 노인들을 단속하는 게 자랑할 일인지 모르겠다. 계도로 충분한데 굳이 과태료를 부과하며 고통스럽게 하는 경찰을 곱게 볼 시민은 없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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